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산주가 40년 가꾼 비밀의 편백숲, 年8만명 찾는 관광명소로

입력 | 2024-08-12 03:00:00

[‘그린스완’ 시대, 숲이 경쟁력이다] 2부 〈9〉 사천케이블카 자연휴양림
외부인 막고 관리되던 20ha 숲… 市에서 매입 42ha 휴양림 개장
산책로-야영덱-숙박시설 등 갖춰… 3년새 ‘市인구 2배’ 25만명 다녀가
“남해안 벨트까지 상권 매출 증가”



경남 사천시 실안동 사천케이블카 자연휴양림의 편백나무들. 연탄공장을 운영하던 산주가 가꾼 개인 숲이었던 이곳을 사천시가 매입해 2021년 8월 개장하면서 올해까지 약 25만 명이 찾는 관광명소로 거듭났다. 사천시 제공



“구경하고 싶어도 개인 숲이라 들어갈 수 없었던 곳이 개방 후 3년 동안 25만 명이 찾은 남해안 대표 편백 숲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지난달 10일 오후 경남 사천시 실안동 ‘사천케이블카 자연휴양림’에서 만난 윤용민 사천시 산림휴양팀장은 키를 훌쩍 넘는 편백나무로 울창한 숲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사천의 낮 최고기온이 31도까지 치솟은 이날 숲 밖에서는 땀이 비오듯 쏟아졌지만, 편백나무 숲길로 들어서자 서늘한 바람이 땀을 식히기에 충분했다. 뻐꾸기 소리를 들으며 편백 숲 사이로 난 오솔길을 따라 20여 분 걷다 보면 오지에 와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숲 곳곳에선 방문객들이 두 팔을 벌리고 산림욕을 즐겼다. 부산에서 가족과 함께 숲을 찾은 탐방객 윤인중 씨(62)는 “사천 시내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바다를 낀 편백 숲이 있다는 게 그저 놀라울 따름”이라며 “숨을 쉴 때마다 싱그러운 내음이 몸속 가득 퍼져 건강해지는 기분”이라고 했다.

사천케이블카 자연휴양림은 도심과 연접한 해발 408m 높이의 각산 중턱에 위치한 편백 숲이다. 50여 년 전부터 산주(山主)가 개인적으로 가꾼 숲을 사천시가 매입한 뒤 야영장과 숙박공간 등을 조성해 시민들에게 2021년 8월부터 개방한 곳이다.

● 연탄공장 산주가 가꾼 ‘비밀의 숲’

사천시가 조성한 사천케이블카 자연휴양림은 축구장(7140㎡) 58개를 합친 것보다 넓은 42ha(헥타르) 규모다. 약 20m 높이의 편백나무 3만7000여 그루가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다.

현재 시 소유림이지만 숲의 첫 주인은 따로 있었다. 한국전쟁 직후부터 삼천포에서 연탄공장을 운영했던 고 서옥인 씨는 1950년대 말부터 벌어들인 소득의 30%는 지역사회에 돌려주겠다며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고 한다. 화석연료를 만들어 산림을 훼손하는 일을 한 터라 나무를 심어 자연에 돌려주겠다는 생각이었던 것.

서 씨는 연탄공장이 사양산업으로 접어든 1970년대 말부터 공장 근로자들과 함께 본격적으로 숲을 가꿨다. 특히, 수종 갱신에 집중했다. 원래 있던 참나무류 수종을 뽑아내고 인근에 자연 발아된 편백 묘목을 캐내 옮겨 심은 것이다. 나무 보호를 이유로 외부인 출입을 전면 차단하고 20ha 규모 숲을 가족들이 40여 년 동안 관리해왔다.

● 3년 새 25만 명 다녀간 ‘모두의 숲’으로

사천시는 2003년부터 서 씨의 편백 숲에 주목했다. 그해 사천과 남해를 잇는 창선삼천포대교가 개통하면서 접근성이 좋아지게 된 것을 계기로 체류 관광객 유치를 위한 랜드마크로 삼으려 했던 것. 관광객들이 오래 머물 수 있도록 자연휴양림을 조성하기로 하고 “숲을 사고 싶다”는 의견을 전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팔 수 없다”였다.

사천시는 끈질긴 설득에 나서 2017년 숲을 모두 매입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이 숲과 맞붙어 있는 산림청 소유 임야를 시 소유 임야와 맞바꾸고 조성에 나서 4년 뒤인 2021년 8월 27일 42ha 규모의 자연휴양림으로 정식 개장했다.

자연휴양림은 숲의 다양한 활용에 초점을 맞췄다. 탐방객들을 위해 숲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총 2.6km 길이의 산책로를 곳곳에 조성하는 한편으로 숲놀이터, 유아숲체험원을 비롯한 편의시설과 휴식시설을 만들었다. 야영덱 15곳과 134명을 수용할 수 있는 숙박시설 19동(22실)을 갖춰 관광객들이 숲에 오래 머물도록 유도했다.

휴양림 조성 후 관광객은 폭발적으로 늘었다. 첫 해 약 4개월 동안 2만7501명이 찾은 데 이어 2022년에는 8만4786명이 찾았다. 지난해에는 발길이 더 늘어 8만5540명이 휴양림을 찾았다. 올해 상반기(1∼6월) 이용객도 4만9342명으로, 개장 후 2년 10개월간 사천시 인구 약 12만 명의 2배가 넘는 24만7170명이 휴양림을 방문할 만큼 대표 관광지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에는 산림청 지정 ‘대한민국 100대 명품숲’에 선정되면서 더욱 입소문을 타고 있다.

● 케이블카-휴양림-남해안 잇는 관광벨트

경남 사천시 실안동 사천케이블카 자연휴양림 내 숙박시설의 모습. 사천시 제공

사천케이블카 자연휴양림은 주변 관광지와의 연계도 잘 이뤄져 있다. 자연휴양림에서 차로 10분 거리에는 사천 8경 중 제1경으로 ‘한국의 아름다운 길’로 선정됐을 만큼 전국적으로 유명한 창선삼천포대교가 있다. 또 각산 정상부와 연결된 케이블카, 실안낙조로 유명한 인근 남해안 또한 절경이 뛰어나 인기가 매우 높은 관광지다. 사천시 관계자는 “자연휴양림이 케이블카와 남해안 관광지를 잇는 허브 역할을 하면서 실안 ‘장어거리’ 등 주변 상권도 매출이 개장 이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관광객 유입 효과를 톡톡히 본 사천시는 숙박 및 체험 시설 증축에 나섰다. 올해 국·지방비 등 100억 원을 들여 자연휴양림 입구에 목재문화체험장과 산림레포츠시설을 착공할 예정이다. 기존 19동인 숙박동도 내년까지 29동으로 늘려 더 많은 관광객을 숲에 오래 머물도록 할 계획이다.




사천=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