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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손태승 친인척에 350억 부당대출

입력 | 2024-08-12 03:00:00

4년간 총 616억 대출… 57% 부적정
우리銀 손실 최대 158억 추정
금감원 “내부통제 부실… 향후 제재”





우리은행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사진)의 친인척이 운영하는 법인 등에 최근 4년여간 총 616억 원의 대출을 내준 것으로 조사됐다. 대출의 절반 이상은 심사나 사후 관리 과정에서 통상의 기준이나 절차를 따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2020년 4월 3일부터 올해 1월 16일까지 손 전 회장의 친인척 관련 11개 차주를 대상으로 총 454억 원(23건)의 대출을 취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손 전 회장의 친인척이 대출금의 실제 자금 사용자로 의심되는 9개 차주에게도 162억 원(19건)의 대출이 실행됐다.

손 전 회장이 은행장, 지주 회장이 되기 전에는 해당 친인척 관련 차주 대출은 4억5000만 원(5건)에 불과했는데, 손 전 회장의 은행 내 지배력이 생긴 이후에는 대출액이 급격히 불어났다. 2017년 우리은행장에 취임한 손 전 회장은 2019년 1월부터 우리금융 회장과 은행장직을 겸직했고 지난해 3월 퇴임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전체 대출 중 57%(350억 원, 28건)는 △서류 진위 확인 누락 △담보·보증 부적정 △대출 심사 절차 위반 △용도 외 유용 점검 부적정 등 통상의 대출 기준이나 절차를 따르지 않고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렇게 나간 대출들은 상당 부분 부실화됐다. 9일 현재 단기 연체(1개월 이상 3개월 미만)되거나 부실 대출화(3개월 이상) 된 금액은 198억 원에 달한다. 담보가용가 등을 고려하면 실제 손실 예상액은 82억∼158억 원 규모로 추정된다.

대출의 상당수는 손 전 회장 친인척과 거래 관계를 유지해 왔던 선릉금융센터장(본부장) A 씨의 주도로 취급됐다. 우리은행은 올해 1∼3월 자체 검사를 실시해 부실 책임 등을 물어 해당 본부장을 포함한 임직원 8명에 대해 면직 등 징계를 내렸고, 5∼6월에는 손 전 회장 친인척 전체 여신을 대상으로 자체 검사를 진행했다.

금융 당국도 제보 등을 통해서 부당대출 의혹에 대해 올해 초부터 현장 검사를 진행해 왔다. 금감원은 이번 사건 관련자들을 문서 위조, 사기 등 혐의로 검찰에 통보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주 회장에게 권한이 집중된 현행 체계에서 지주와 은행의 내부통제가 정상 작동하지 않은 사안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향후 제재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내부통제 부실에 따른 잡음이 유난히 잦은 편이다. 앞서 우리은행 경남지역 지점 직원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35회에 걸쳐 대출금 177억7000만 원을 빼돌린 혐의로 검찰에 구속 기소됐고, 본점 기업개선부 직원도 2012∼2020년 697억3000만 원을 횡령한 바 있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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