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상병 사건’ 외압의혹 수사 탄력 작년 8월 국방부 TF팀원 메모 “국방장관 보좌관이 30차례 통화… 대대장 2명만 경찰 이첩 지시” 임성근은 최종 이첩대상서 빠져
앞줄 왼쪽부터 박정훈 전 해병대수사단장,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임성근 전 사단장,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최주원 경찰청 미래치안정책국장. 2024.7.19/뉴스1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지난해 박진희 당시 국방부 장관 군사보좌관이 30여 차례에 걸쳐 국방부 조사본부 태스크포스(TF) 팀원에게 전화를 한 정황이 기록된 업무 메모를 확보했다. 해당 통화 내용에는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중간 보고서에서 빼라는 취지의 지시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TF의 사건 재검토 과정에서 국방부 수뇌부의 개입 정황을 담은 물증이 확보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국방부 수뇌부 지시 담긴 업무 메모 확보
공수처는 업무 메모를 토대로 TF가 재검토 내용을 바꾸는 데 박 전 보좌관이 개입한 것으로 보고 수사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공수처는 최근 TF팀원들을 불러 조사한 결과 “채 상병 순직 사건 조사 과정에서 국방부 수뇌부의 개입이 있었다”, “국방부 수뇌부의 개입으로 재검토 결과가 바뀌었다” 등의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 “적법한 지시” vs “권한 없는 외압”
법조계에서는 박 전 보좌관이 TF원들에게 전화를 한 행위가 위법한지, 외압인지에 대해 견해가 나뉜다.
우선 국방부 장관은 원칙적으로 TF를 지휘, 감독할 권한이 있다. 때문에 장관의 보좌관이 장관의 지시에 따라 TF에 전화를 건 것은 위법하지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군사경찰직무법 5조는 ‘군사경찰 부대가 설치돼 있는 부대의 장은 군사경찰 직무를 관장하고 소속 군사경찰을 지휘 감독한다’고 규정하는데, 이 경우 국방부 장관에게 TF를 지휘 감독할 권한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보좌관은 올 1월 공수처에 사건과 관련해 아무 기록이 없는 ‘깡통 폰’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이번에 확보한 메모가 박 전 보좌관의 부당한 외압을 입증하는 데 주요 단서로 쓰일 것으로 보고 있다. 동아일보는 박 전 보좌관에게 여러 차례 해명을 요청했지만, 답변이 오지 않았다.
구민기 기자 koo@donga.com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최미송 기자 cm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