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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부상에 대신 출전한 톨라, 올림픽新으로 마라톤 우승

입력 | 2024-08-12 03:00:00

[2024 파리올림픽]
경기 2주 앞두고 파리行 티켓 얻어… 조국 에티오피아에 대회 첫 金 선물
3연패 노렸던 킵초게, 생애 첫 기권
여자마라톤, 역대 첫 폐막식 시상식



에티오피아의 타미라트 톨라가 10일 파리 올림픽 육상 남자 마라톤 42.195km 레이스에서 2시간6분26초의 올림픽 기록으로 우승한 뒤 국기를 들고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파리=AP 뉴시스



파리 올림픽 육상 남자 마라톤을 앞두고 관심은 온통 엘리우드 킵초게(40·케냐)에게 쏠렸다. 킵초게는 2016년 리우 대회, 2021년 도쿄 대회에 이어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전혀 예상 밖이었다. 부상으로 출전을 포기한 동료를 대신해 출전한 에티오피아의 타미라트 톨라(33)가 올림픽 기록으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10일 프랑스 파리 오텔드빌에서 출발해 앵발리드로 골인한 파리 올림픽 육상 남자 마라톤 42.195km 레이스. 톨라는 2시간6분26초를 기록해 2008년 베이징 대회에서 새뮤얼 완지루(케냐)가 세운 종전 올림픽 기록(2시간6분32초)을 6초 단축하며 정상에 올랐다. 톨라는 에티오피아 선수단에 이번 대회 첫 메달을 금메달로 선사했다. 에티오피아 선수가 올림픽 남자 마라톤에서 우승한 것도 2000년 시드니 대회 게자헤그네 아베라 이후 24년 만이었다.

우승 후보 킵초게는 15km를 지나면서 선두 그룹에서 뒤처졌고 결국 30km를 지나 기권했다. 킵초게가 출전한 레이스를 마치지 못한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바시르 아브디(벨기에)가 2시간6분47초, 벤슨 키프루토(케냐)가 2시간7분00초로 각각 2, 3위에 올랐다.

당초 톨라는 이번 대회 에티오피아 마라톤 국가대표팀에 선발되지 못했다. 그런데 처음 국가대표로 뽑혔던 시사이 레마가 레이스 2주 전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면서 후보 선수였던 톨라가 대신 출전하게 됐다. 톨라는 “올림픽을 준비하며 레마와 함께 훈련했다. (레마가) 다쳤을 때도 함께 있었다. 나에게 ‘이 컨디션으로 내가 나가는 것보단 네가 나가는 게 낫다’고 말해준 레마에게 고맙다. 오늘 승리는 나에게 기회를 준 레마의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번 마라톤은 많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돼 시작되기 전부터 ‘난코스’라는 평을 받았다. 누적 상승 고도가 436m, 누적 하강 고도도 438m에 달했다. 또 대회 당일 최고기온은 섭씨 22도였지만 레이스 초반 습도가 74%에 달했고 레이스 내내 강한 햇볕이 내리쫴 좋은 기록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잔인한 레이스’라 불린 상황에서도 반환점을 1시간4분51초에 돈 톨라는 25km 지점을 지나면서 선두로 치고 나갔고 단독 질주 끝에 올림픽 기록을 새롭게 했다.

11일 열린 여자부에서는 에티오피아 난민 출신 시판 하산(31·네덜란드)이 2시간22분55초의 올림픽 기록(종전 2시간23분07초)을 세우며 우승했다. 이번 대회 육상 여자 5000m, 1만 m에서 동메달 두 개를 땄던 하산은 금메달을 추가했다. 하산은 1993년 에티오피아에서 태어났지만, 2008년 고향을 떠났고 난민으로 네덜란드에 정착해 중장거리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2021년 열린 도쿄 대회 때는 5000m와 1만 m 2관왕에 올랐었다. 하산은 올림픽 폐막식에서 금메달을 받은 최초의 여자 마라톤 선수가 되는 영광도 안았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폐회식 때 마지막 날 열린 마라톤 메달 시상식을 열었는데 양성 평등을 강조한 이번 대회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여자 마라톤을 남자 마라톤보다 늦게 개최했다.



파리=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