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직원이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를 진열하고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으로 입원한 환자가 한 달 만에 6배 가까이로 증가하며 재확산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정부가 지난해 5월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선언 후 1년 3개월 만이다. 질병관리청은 12일 코로나19 ‘대책반’ 반장을 국장급에서 지영미 청장으로 격상해 대응하기로 했다.
이날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220곳을 표본 감시한 결과 코로나19 입원 환자 수는 8월 첫째 주(7월 28일~8월 3일) 861명으로 7월 둘째 주(7~13일) 148명의 5.8배가 됐다. 전국 병원급 의료기관이 1800여 곳이고, 입원하지 않는 경증 환자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수 배~수십 배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로 병원에 내원한 환자 수가 1년 새 가장 많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의료계에선 폭염으로 실내 활동이 늘어난 반면 마스크 착용은 줄고, 에어컨을 사용하면서 환기가 제대로 안 된다는 점을 재확산의 원인으로 꼽는다. 또 코로나19 유행 주기인 5~6개월에 맞춰 새 변이 KP.3도 등장했다. 질병청은 12일 “세계적으로도 오미크론의 후손 격인 KP.3 때문에 환자가 늘고 있다”며 “8월 말까지는 확진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 사이에선 휴가철과 방학이 끝난 만큼 직장과 학교에서코로나19가 대폭 확산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다만 질병청 관계자는 “코로나19의 치명률은 미국의 계절 독감 치명률 이하 수준인 0.1% 정도이고 50세 미만은 0.01% 미만”이라며 “코로나 19 위기 단계 상향 등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새 변이 유행하는 코로나, 중증도 낮지만 위험군은 백신 접종을
오미크론 KP.3 변이 확산 Q&A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다시 코로나19 확산기상황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시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12일 “8월 첫째 주 입원 확진자가 861명으로 올해 정점이었던 2월 875명에 가까워지고 있으며 이달 말까지 확진자가 더 늘어날 것”이라면서 ‘1개반 2개팀(총 18명)’이던 코로나19 대응체계를 ‘1개반 5개단 12개팀(총 71명)’으로 대폭 확대하고 ‘총력 대응’을 선언했다. 하지만 동시에 “일상 속 예방수칙만 잘 지킨다면 여름철 유행에 지나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도 했다. 왜 다시 재유행이 시작됐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등을 전문가와 방역 당국의 조언에 기초해 문답으로 정리했다.
“최근 유행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오미크론 KP.3’ 변이다. 오미크론 변이는 델타 변이보다 중증도가 낮은 반면 전파력이 높아 빠르게 유행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증상은 발열, 기침, 목 아픔, 호흡 곤란 등으로 기존 오미크론 변이와 유사하다. KP.3 변이는 기존 JN1. 변이에 비해 면역회피능력이 증가해 기존 확진자나 백신 접종자도 감염될 수 있다. 다만 치명률은 기존과 유사한 0.1% 수준이다. 다만 각종 방역 조치가 해제되면서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이 낮아진 탓에 호흡 곤란 등 중증으로 진행된 상태에서 병원으로 오는 경우가 많다.”
―해외에서도 유행하고 있나.
“그렇다. 새 변이는 지난해 말 미국, 영국, 중국, 인도 등에서 유행했던 JN.1 변이의 하위 유형이다. 하나의 변이가 단기간에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코로나19의 특성상 해외 각국에서도 KP.3 변이가 유행하고 있다. 해외여행 후 발열이나 기침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검사를 받는 게 좋다.”
―최근에 재유행하게 된 원인이 뭔가.
“코로나19는 주기성이 있어 5, 6개월 주기로 유행이 다시 찾아온다. 변이를 통해 기존 면역을 회피하는 특성을 갖게 되면 환자가 늘고, 해당 변이에 면역력을 가진 인구가 늘면 유행이 잦아드는 식이다. 여기에 지난해 한국의 백신 접종률이 20% 정도로 낮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백신 미접종자들이 무더위 속에서 마스크 없이, 에어컨 사용으로 실내 환기 없이 생활하면서 유행이 확산됐다는 것이다. 또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이 낮아지고 검사가 자비 부담이 되면서 증상이 있어도 검사를 안 하고 고령자 등을 감염시키는 경우도 늘었다.”
―팬데믹(대유행)으로 번질 수 있나.
“질병청은 팬데믹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령층을 중심으로 입원 환자가 늘고 있지만 아직 규모가 제한적이고 치명률이나 중증화율 또한 기존 오미크론 변이들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감염병 위기 단계 중 가장 낮은 ‘관심’ 단계를 올리거나 방역 지침을 강제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질병청은 일단 주기상 8월 말이나 9월 초까지 확진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는데 휴가지에서 감염된 뒤 휴가를 마친 직장인과 개학을 맞은 학생을 중심으로 확산될 수 있다.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병원 이탈 사태로 의료진이 부족한 상황이라 중환자가 급증할 경우 의료공백이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KP.3 백신은 있나.
“KP.3 백신은 없지만 변이의 모체가 된 JN.1 백신은 있다. 전문가들은 KP.3 변이가 JN.1 변이와 유전적, 항원적으로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JN.1 백신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질병청은 화이자, 모더나, 노바백스 등에서 JN.1 백신 총 755만 회분을 확보한 상태다. JN.1 백신 접종은 올 10월부터 실시한다.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65세 이상 고령층과 면역저하자, 감염취약시설 입원·입소자는 무료로 접종할 수 있다. 고위험군이 아닌 12세 이상 일반 국민은 비용을 자신이 부담해야 한다.”
“질병청은 코로나19 치료제인 팍스로비드와 라게브리오를 60세 이상에 처방하는데 KP.3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60세 미만인 경우에도 중증이면 치료제가 처방되지만 건강한 성인의 경우 감기약 등으로도 치유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일부 지역에서 치료제가 품귀 현상을 보이자 질병청은 12일 ‘치료제 추가 구매를 위한 절차를 밟고 있으며 이달 안으로 추가적으로 치료제를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누가 특히 조심해야 하나.
“코로나19로 입원하는 환자 3명 중 2명은 고령층이다. 올해 코로나19 입원환자 1만2407명 중 65세 이상이 8087명으로 전체의 65.2%를 차지한다. 고령층이거나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코로나19 감염을 피하기 위해 외출 후 돌아오면 손을 씻고, 실내에선 환기를 자주 하는 게 좋다. 또 고령층이 아니더라도 기침, 발열 등의 증상이 있다면 가족 등을 보호하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코로나19 재유행은 앞으로도 반복되나.
“정부는 지난해 5월 코로나19에 대해 ‘엔데믹(풍토병화)’ 선언을 했다. 코로나19는 박멸할 수 있는 질병이 아니라 인플루엔자(독감)처럼 계속 일상의 한 부분으로 남아 있을 것이란 의미다. 바이러스가 사라지는 게 아니다 보니 일정 주기마다 계속 퍼질 수밖에 없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