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해외 건설수주] 〈4〉 GS건설, 호주 NEL 터널 공사 현장 총 공사비 10조1000억원 ‘호주 최대’… GS건설은 2조8000억원 공사 맡아 지름 15.6m 원형 굴착기로 터널 파… 지분 투자뒤 운영 맡아 투자비 회수 캐나다 등 선진국 시장 수주도 추진
호주 멜버른 노스이스트링크(NEL) 터널 시작 지점에 지름 15.6m 규모의 원형터널 굴착장비(TBM) 실드가 설치돼 있다. GS건설 제공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호주 멜버른 도심에서 차를 타고 북동쪽으로 40분을 달려 도착한 노스이스트링크(NEL) 터널 공사 현장. GS건설이 2021년 호주 CPB, 이탈리아 위빌드, 중국 CCO 등 3개국 건설사와 컨소시엄을 꾸려 수주한 지하 터널 공사 사업장이다. 총공사비가 10조1000억 원으로 호주에서 발주된 단일 사업 중 가장 큰 규모다. GS건설이 맡은 공사 규모만 2조8000억 원에 달한다.
● 공사 끝나도 터널 운영해 수익 창출
원형터널 굴착장비(TBM) 실드 전면부에는 칼날처럼 생긴 '커터 헤드'가 부착된다. 커터 헤드가 회전하며 토사를 파낸다. GS건설 제공
이렇게 만들어진 왕복 6∼8차로 지하 터널은 멜버른 북부에서 남부로 이동하는 시간을 약 35분 단축할 예정이다. 공정은 20%대 수준으로 2028년 12월 완공 예정이다.
GS건설은 시행사 역할을 하는 특수목적회사(SPV)에 12.5%, 시공사 역할을 하는 건설합작회사(CJV)에 28%의 지분을 투자했다. GS건설은 2028년 공사가 끝나면 터널 운영을 통해 지속적으로 수익을 거두게 된다. 단순 도급사업과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그 대신 빅토리아주 정부는 시공사가 손해를 입으면 이를 일정 부분 보전해준다. 지난달 30일 호주 멜버른에 있는 GS건설 호주 법인 사무실에서 만난 조성한 호주사업본부장(부사장)은 “시공사는 공사 도중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는 것에 대한 부담이 큰데, 발주처가 이를 책임지고 있다”며 “신뢰 관계가 형성돼 기꺼이 회계장부를 공개하는 것”이라고 했다.
NEL 사업의 계약 형태는 한마디로 ‘고통 분담’이다. 예를 들어 공사비 인상으로 계약 당시 예상했던 수익이 전체 공사비 대비 10%에서 7%로 하락했다면 감소분인 3%포인트의 절반 수준을 발주처인 빅토리아주 정부에서 보전해준다. 수익 감소 폭이 커질수록 발주처에서 부담하는 비용도 커지는 만큼 투명한 소통이 중요하다.
또 다른 특징은 GS건설 컨소시엄 내 4개 건설사가 별도 공구를 분할하지 않고 하나의 팀으로 공사를 진행한다는 점이다. GS건설 직원이 호주, 중국, 이탈리아 건설사 소속 매니저와 함께 일하는 것이다. 시공사를 하나로 묶어 공정 관리에 필요한 시간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조 부사장은 “발주처가 사업 부담을 지는 만큼 직접 프로젝트 관리 역량이 있는 인원을 갖추고 현장에 깊게 관여하고 있다”고 했다.
● 캐나다 등 신규 시장에서 수주 노려
특히 인도, 중국, 튀르키예 등이 저가 수주 전략을 구사하고 있지만 한국 건설업계는 앞선 기술과 운영 노하우 등이 축적돼 있는 만큼 PPP 사업에 적합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임한규 우송대 교수는 “PPP는 사업 기획, 금융 조달 및 시공, 운영 관리 등 사업 전 단계에서 수주가 가능해 파급효과가 크다”며 “이와 관련된 핵심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핵심 과제”라고 조언했다.
멜버른=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