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신규 댐 건설에 주민 반발 양구, 이미 3개의 댐에 둘러싸여 농업용수 부족-생태계 파괴 우려 환경부 “동의 없이는 추진 않을 것”
강원 양구군 수입천댐 건설반대추진위원회는 12일 강원도청 앞 광장에서 수입천댐 건설 반대와 백지화를 촉구하는 시위를 가졌다. 양구군민과 출향 인사 등 150여 명이 참가했다. 양구군 제공
정부의 14개 신규 댐 건설계획에 포함된 강원 양구군 수입천댐 건설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서흥원 양구군수는 12일 오후 강원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양강댐과 화천댐, 평화의댐 등 3개의 댐에 둘러싸여 ‘육지 속의 섬’으로 전락한 양구에 또 댐을 건설한다는 것은 양구군민들은 호수에 갇혀 죽으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양구군민들은 생존권 사수를 위해 수입천댐 건설을 결사반대한다”고 밝혔다. 서 군수는 또 “수입천댐은 양구군민에게는 아무런 이익이 없고 오직 수도권과 국가 산업을 위한 물 공급이 목적이므로 환경부는 이 부당한 계획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며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이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양구군 수입천댐 건설반대추진위원회와 군민, 재춘 출향인사 등 150여 명이 도청 앞 광장에서 수입천댐 건설반대 시위를 펼쳤다. 추진위는 앞으로 수입천댐 반대 군민 서명운동을 비롯해 총궐기대회, 군민 공동행동을 위한 모금, 환경부 항의 방문 및 반대 집회, 대정부 건의문 발송 등의 반대 운동에 돌입할 계획이다.
양구군은 수입천댐이 건설되면 두타연 계곡 등 잘 보전된 생태환경이 수몰되고 농업용수 부족 등 주민들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있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1944년 화천댐, 1973년 소양강댐 준공으로 상당수 마을이 수몰되면서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었고, 도로가 끊겨 육지 속의 섬으로 전락해 수십 년 동안 큰 고통을 감내해 온 점을 들어 제2의 소양강댐 사태는 절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6일 양구군의회는 수입천댐 건설 반대 결의문을 통해 “그동안 여러 댐으로 인해 많은 고통을 겪어왔는데 또 수입천댐을 건설하고 고통을 감내하라는 것은 너무 몰인정하고 몰염치한 처사”라며 “수입천댐 건설로 양구군민을 말살하려는 환경부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또 같은 날 양구읍이장협의회도 결의문을 통해 “수입천댐 건설은 자치단체와 주민 의견 수렴 없이 군민의 고통과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하며 생태계 파괴는 물론 환경적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라며 “수입천댐 건설 후보지 선정을 즉시 백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9일 수입천댐 건설반대추진위원회가 출범하면서 반대 운동에 본격적인 불을 붙였다. 추진위 공동위원장에는 서 군수와 정창수 군의회 의장, 박종수 방산면 수입천댐 건설반대추진위원장이 선임됐다.
한편 환경부 측은 “수입천댐의 필요성은 전국적인 물 부족과 지형적 요인 때문”이라며 “지역 사회와 주민들의 동의 없는 일방적인 추진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