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활박물관 20주년 특별전 11월 17일까지 ‘화중사예’ 전시 천산대렵도와 김준근 풍속화 등… 사냥-유희 문화 수단의 가치 전해 ‘활 장인’ 김장환 선생 제작 도구… 몽골의 전통 활 ‘각궁’ 등도 선보여
경기 부천시 원미구에 있는 활박물관을 찾은 어린이들이 조선시대 김준근의 풍속화를 관람하고 있다. 그의 그림에는 우리 선조들이 생활 속에서 활을 사용했던 다양한 모습이 나온다. 부천문화재단 제공
경기 부천시 활박물관이 개관 20주년을 맞아 특별기획전을 연다. 11월 17일까지 열리는 이번 특별전의 주제는 ‘화중사예(畵中射藝)―옛 그림 속의 우리 활’이다.
이번 전시는 선조들이 사냥의 도구이자 수양과 유희의 수단, 무기로 사용했던 전통 활 문화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활이 그림의 소재로 들어간 고구려에서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산수인물화와 풍속화, 병풍 자료 등이 전시된다. 또 이 박물관이 개관할 때 기증받은 국가무형유산 제47호 궁시장이었던 김장환 선생(1909∼1984)의 유품 240여 점 가운데 일부도 볼 수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고구려시대 고분벽화인 ‘기마인물 벽화편’ 패널이 관람객을 맞는다. 말 양쪽으로 활과 화살을 차고 있는 무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또 말타기와 활쏘기에 익숙했던 고구려인들의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고려시대 문신이자 성리학자인 이제현이 그린 것으로 전해지는 기마도강도도 감상할 수 있다. 눈이 내린 산하를 배경으로 말을 탄 다섯 사람이 얼어붙은 강을 건너는 모습을 그렸다. 말을 타고 있는 인물들이 모두 허리에 활을 차고 있어 사냥을 나가는 장면으로 추측된다.
조선시대 김준근의 풍속화들도 눈에 띈다. 어린이들이 활을 쏘며 새를 잡는 모습과 갓을 쓴 두 남자가 활을 쏘는 모습이 재미있다. 활을 쏠 때 팔에 차는 완대, 허리에 찬 주머니와 화살의 묘사가 섬세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활을 만드는 사람과 그를 지켜보는 남자의 모습을 묘사한 그림에는 활을 만들 때 쓰는 작업 도구와 재료가 놓여 있다. 말을 타고 달리며 사람 모양의 과녁을 향해 화살을 쏘는 무과 시험 장면을 그린 풍속화도 관람할 수 있다.
조선 후기 작자 미상의 8폭 병풍인 태평성시도의 제6폭을 통해 활을 만드는 과정과 장인들의 행동, 완성된 활을 확인할 수 있다. 선조들의 생활문화에 스며든 활의 의미를 추측해 볼 수 있다. 이 밖에 국립민속박물관과 서울역사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무관평생도 8폭 병풍과 기산풍속도첩 등을 패널로 감상하게 된다.
전시유물도 흥미롭다. 독일의 활 수집가인 카를 자일링거가 활박물관에 기증한 유물인 몽골 각궁이 전시된다. 동물의 뼈가 장식으로 붙어 있는 몽골의 전통 활로, 그가 몽골의 궁사에게서 직접 수집한 유물이다.
활박물관은 500여 점에 이르는 활 관련 자료와 유물을 보유하고 있으며 매주 화∼일요일 오전 9시 반∼오후 6시 운영된다. 관람료는 없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