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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필로폰 체험 영상도 방치… 마약 입문 교재가 된 유튜브

입력 | 2024-08-12 23:24:00



최근 명문대생들이 연합동아리를 결성해 마약을 유통·투약한 사건이 충격을 줬는데 이 동아리 회원들이 유튜브로 환각 체험 영상 등을 단체 시청하며 마약 투약 예행연습을 했다고 한다. 마약 경험이 없는 회원들이 거부감 없이 투약을 시도할 수 있도록 유튜브 영상을 교재처럼 활용한 것이다. 또 회원들의 경각심을 무너뜨리기 위해 강력한 환각 물질에 대해 ‘마약이 아닌 신약’이라고 허위 주장하는 영상을 공유하기도 했다.

요즘 유튜브에선 마약 투약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적나라하게 전하는 영상을 쉽게 접할 수 있다. ‘필로폰 체험기’ ‘마약 후 보이는 세상’ 등 노골적인 제목으로 호기심을 자극한다. 영상에는 마약 구입 경로와 비용, 약물별 투약 방법 등이 상세히 나온다. 감기약 등에서 특정 성분을 추출해 마약을 만드는 방법까지 알려주고 있어 유튜브에서 배운 대로 마약을 제조해 판매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유튜브와 소셜미디어를 통한 마약 콘텐츠의 확산은 최근 10, 20대 마약사범이 급증한 주된 원인 중 하나다. 과거에는 클럽 등 은밀한 곳에서 투약자를 만나야 마약을 접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유튜브를 통해 집에서 혼자서도 마약 구입 방법과 투약 요령 등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절제력이 약한 청소년들은 친구들끼리 마약 관련 영상을 돌려보다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마약에 손을 대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유튜브가 1020세대의 마약 입문용 ‘인강(인터넷 강의)’ 채널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지난해 적발된 10대 마약사범이 1477명으로 1년 새 3배나 증가한 것은 이 같은 미디어 환경과도 깊이 연관돼 있다.

마약 투약 등 범죄성 콘텐츠를 올리는 것도 문제지만 이런 콘텐츠가 확산되도록 방치하는 플랫폼 기업의 책임은 더욱 무겁다. 유튜브가 범죄의 인프라로 악용되지 않도록 막아야 함에도 외국 기업이라는 이유로 영상 삭제나 차단은 여전히 유튜브 측의 자율적 판단에 맡겨둔 실정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유해 콘텐츠를 걸러내지 못한 플랫폼 기업을 처벌하는 법을 연이어 만들고 있는데 우리 정부와 국회도 최우선 과제로 규제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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