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10곳 중 4곳이 모든 자산을 팔아도 부채를 갚지 못하는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규모 미정산 사태를 불러온 티몬과 위메프와 마찬가지로 기업이 계속 존속할 수 있을지 의심이 드는 상태라는 뜻이다. 이커머스 업계의 재무 상태에 경고등이 들어오면서 언제든 ‘제2의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동아일보가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대표하는 10개 업체의 작년 기준 재무 상태를 분석해 보니 4곳은 적자가 계속돼 납입 자본금마저 바닥이 났다. 명품 직구 플랫폼 발란은 기업의 현금 창출 능력을 보여주는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최근 3년 연속 마이너스였고, 축·수산 거래 플랫폼인 정육각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년 전보다 97% 줄었다. 패션앱 에이블리는 최근 5년간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다. 상위 이머커스 업체 가운데 영업 활동으로 돈을 실제로 버는 곳은 쿠팡을 제외하면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
지금까지 이커머스 업체들은 ‘계획된 적자’라는 표현을 통해 실적 악화를 정당화해 왔다. 당장에라도 흑자로 전환할 수 있지만, 시장을 선점할 때까지 공격적인 투자와 출혈 경쟁으로 막대한 적자를 감수하는 경영 전략이라는 논리였다. 상장만 하면 단숨에 적자를 메울 수 있다며 몸집 불리기에 치중했다. 이 같은 관행은 네트워크 효과를 활용한 혁신 경영으로 포장됐다. 금융 당국조차 “초기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는 이커머스 업체 특성상 자본 기준을 충족시키기 어려운 면이 있다”며 만성 적자 상태를 방관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