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사오적 권중현 ‘경농고’ 공개 임진왜란 때 권율 장군 극찬하다… 1년 후 일제 찬양하며 매국 행위 이토 히로부미 영접 등 교류 활동… 1290편 시-산문에 변절 과정 담겨
광복절 제79주년을 앞두고 을사오적(乙巳五賊) 중 한 명인 권중현(1854∼1934)의 시문집이 공개됐다. 시문집은 그가 임진왜란 당시 왜구를 질타하는 글을 쓰고 1년 후쯤 일본군과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미화하는 글을 쓰는 등 매국노로 변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광복절 제79주년을 맞아 심정섭 씨가 12일 을사오적 중 한 명인 권중현의 시문집 경농고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시, 산문 등 1290편이 실려 있는 시문집 경농고의 모습.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이렇게 왜구를 질타한 권중현은 1년 후쯤인 러일전쟁(1904∼1905년) 당시 일제를 찬양하는 글을 쓴다. 경농고 69쪽에는 그가 러일전쟁 당시 일본군을 위문하는 조선사신인 위문사로 활동하며 지은 시가 있다. 시에는 ‘여순해(뤼순항)에서 연합함대 사령관을 방문했는데 삼층 함대(배)에 사령깃발이 꽂혀 있다. 이웃(조선) 사신 영접을 위해 성의를 다했네. 의식을 마치고 칙서로 잔치를 여니 예포소리가 끊이지 않네’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시는 일본 연합함대 사령관 도고 헤이하치로를 만난 것을 미화했다.
경농고 79쪽에는 그가 러일전쟁 당시 조선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 영접위원으로 활동하며 작성한 시도 실려 있다. 시에는 ‘여럿이 이등공작(이토) 송별연을 열고 마음으로 사귐이 성장했네. 두 번 세 번 충언 싫지 않으니 신체는 건강하고 기운은 더욱 높네’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시는 러일전쟁 당시 조선을 방문한 이토 히로부미와의 만남을 미화한 것이다. 심 씨는 “권중현이 경농고를 통해 일제의 충견이라는 것을 선명하게 보여줬다. 그는 결국 권율 장군의 충절을 훼손한 매국노가 됐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