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급여 등재율 22%, 신약 허가율 33%… 신약 출시 도입 첫 국가와 28개월 차이 희소 질환 치료제 급여 등재 더 어려워… 심근병증 치료제 허가 상태서 제자리걸음 복지부 “혁신성 인정 신약은 신속 등재 지원”
우리나라 신약 허가율과 급여 등재율이 G20 국가 평균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PhRMA(미국제약협회)에서 최근 10년간(2012∼2021년)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유럽, 일본에 허가된 글로벌 신약 460개를 토대로 각국의 신약 접근성과 재정 영향(IQVIA 자료 기준)을 비교했다.
지난 10년간 글로벌 신약 460개를 기준으로 한국의 신약 허가율은 33%로 일본, 프랑스, 영국이 50% 이상인 것에 비해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급여율도 22%로 일본(48%), 프랑스(43%)와 큰 차이를 보였으며 G20 평균(28%)에도 미치지 못했다.
신약 허가받아도 급여 등재의 벽 높아
우리나라는 신약의 급여 여부를 판단할 때 임상적 유용성, 비용효과성, 건강보험 재정에 미치는 영향 등을 검토한다. 그러나 희소 질환은 기존 치료제가 없는 경우가 많고 비용효과성 등에 관한 근거가 불충분한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희소 질환 치료제의 특수성을 고려해 진료비를 경감시켜 주는 산정특례제도, 희소 질환 의료비 지원 사업, 본인부담상한제 등의 지원 사업을 운영하고 있지만 대부분 급여 위주의 지원으로 환자와 보호자의 경제적 부담은 여전히 크다.
실제로 2007년부터 2019년까지 국내에서 희소 질환 치료제로 지정, 승인, 허가받은 약제를 살펴보면 165개 제품이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이 중 156개 제품이 희귀의약품으로 승인됐고 56.4%만 급여 등재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심지어 2013년 이후 희소 질환 치료제의 급여 등재율은 낮아지고 있는 양상이다.
신약 급여 등재, ICER 유연성 확보가 관건
엔허투는 사람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2(HER2) 양성 유방암 환자의 표준 치료로 쓰는 허셉틴(트라스투주맙)과 세포 독성 항암제(데룩스테칸)를 붙인 항체-약물 접합체(ADC) 신약이다. 2022년 9월 국내 허가를 받은 이후 환자와 가족을 중심으로 엔허투의 급여 적용을 촉구하는 국민 청원이 제기됐다. 지지부진하던 급여 등재는 4월 ‘HER2 양성 유방암 환자’ 대상으로 출시 2년 만에 결정됐다. 신약의 경제성 평가 기준인 ICER 평가가 유연하게 적용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희소 질환 치료제는 급여 등재가 더 어렵다. 트랜스티레틴 아밀로이드 심근병증(ATTR-CM)은 아밀로이드가 심장에 축적돼 심부전 증상이 나타난다. 치료를 받지 않은 경우 첫 진단 시점부터 생존 기간 중앙값이 2.5∼3.6년에 불과하다. 국내에도 ATTR-CM의 유일한 치료제가 2020년 8월 허가를 받았지만 약 4년이 지난 지금까지 비급여 상태로 머물러 있다. 2023년 4월 열린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급여 적용을 위한 비용효과성 평가 결과 비급여 평가를 받았다. 국내와 똑같이 경제성 평가를 실시하는 영국, 호주에서는 급여에 등재된 것과 비교된다.
이수용 양산부산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대한심부전학회 보험위원회 간사)는 “ATTR-CM은 실질적인 생존율이 연장되는 국내 유일한 치료제가 이미 4년 전에 국내에 허가됐지만 여전히 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많은 환자는 진단받고도 치료를 시작할 수 없는 상황이다”라며 “정부와 업계에서 신약 접근성 향상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발표하는 등 여러모로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선진국 대비 신약의 급여 등재율은 낮은 수준이므로 기존 신약 평가 기준을 좀 더 유연하게 운영하고 신약의 가치를 중심으로 바라보려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2월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을 통해 ‘혁신성 인정 신약’은 ICER이 일정 수준을 초과해도 경제성을 인정하고 건강보험에 신속하게 등재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