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왼쪽)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 AFP=뉴스1 ⓒ News1
이스라엘과 이란 및 친(親) 이란 무장세력 간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이란에서는 보복을 예고한 뒤 2주 동안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란이 수면 아래에서 이스라엘을 향한 심리전을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2일(현지시간) 외신을 종합하면 이란은 지난달 31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자국 영토에서 살해당하자 이스라엘에 대해 강한 보복을 예고했다.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이스라엘은 이스마일 하니예를 살해함으로써 스스로 가혹한 처벌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며 “이슬람공화국(이란)은 이란 영토에서 살해된 하니예의 복수를 하는 것이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람들은 이란이 어떻게 대응할지 숙고할 시간을 가졌지만, 어떻게 또는 언제 대응할지에 대한 단서는 거의 없다”며 “정권 내부자에 따르면 이것이 바로 이란의 지도부가 원하는 방식”이라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FT에 “공격이 전혀 없을 수도 있고, 오늘 밤 공격이 있을 수도 있다”며 “죽음을 기다리는 것은 죽음 자체보다 더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란은 이스라엘의 군사, 안보, 물류 역량을 긴장 상태로 유지되도록 하기 위해 심리전 캠페인을 시작했다”며 “주민들은 평온함을 느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란의 우선적인 목표가 이스라엘 및 미국과의 충돌이 아닌 경제 안정이라는 점,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신임 대통령이 안정기에 돌입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 등이 보복 지연의 주된 이유로 꼽힌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할 경우, 이스라엘의 반격으로 이란 내 기반 시설들이 파괴돼 경제가 무너지고 체제 유지에도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경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대통령의 간청을 들은 하메네이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소식통들은 입을 모았다.
지난달 30일 취임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선거운동 기간 서방과의 관계 개선과 제재 해제를 통한 경제 성장을 공약했는데, 이스라엘과의 전면전이 벌어질 경우 모든 계획이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이란에서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란을 전쟁에 끌어들이는 것을 통해 정치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레바논 주자 이란 대사를 지낸 아흐마드 다스트말키안은 “이란에서는 네타냐후가 가자 전쟁에 정치적 생존을 걸었다고 믿고 있다”며 “네타냐후는 중동을 피비린내 나는 싸움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FT에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