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한 시각 장애 선수
ⓒ뉴시스
패럴림픽 최초로 성전환 선수가 참가를 앞두고 있다.
영국 BBC는 13일(한국시각) “이탈리아 대표로 선발된 발렌티나 페트릴로(50)는 패럴림픽에 출전하는 최초의 성전환 선수가 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페트릴로는 2019년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한 시각 장애 육상 선수다. 이번 2024 파리 패럴림픽에 시각 장애가 있는 선수들이 참가하는 여자 T12 경기에 출전한다.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는 성전환 선수의 출전에 대해 각 종목 운영 단체가 자체적인 정책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다.
세계장애인육상연맹 규정에 따르면 법적으로 여성으로 인정받은 사람은 장애로 인해 출전 자격이 있는 부문에서 출전할 수 있다.
앤드류 파슨스 IPC 회장은 페트릴로의 패럴림픽 참가에 대해 “비판에 대한 준비는 되어 있다”며 “우리는 규칙을 존중해야 하고, 무시해서는 안 된다. 특정 스포츠에서는 국제 연맹의 규칙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세계장애인육상연맹의 규칙이 페트릴로의 출전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환영받을 것”이라고 보탰다.
“성전환 선수들을 존중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도 경기장에서 다른 선수들과 공평하게 대하고 싶기 때문에 과학에 근거해 해답을 제시해야 한다”며 “앞으로 내가 바라는 건 스포츠계 전체가 이 문제에 대해 단합된 입장을 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학적으로 성전환 선수의 경기력 이점이 있는 지에 대해 명확히 해야 한다는 의미다.
BBC에 따르면 페트릴로는 9살 때 자신이 여자라는 걸 인지했고, 14세에 퇴행성 안구질환인 스타가르트병 진단을 받았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시각 장애인 선수를 위한 남자 T12 부문에서 11차례 국내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페트릴로는 호르몬 치료 후 “예전 같지 않다”며 기록이 느려졌다고 밝혔다. “운동 선수로서 예전처럼 빨리 달릴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내 행복을 위해 이 타협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성전환 후 세계장애인육상선수권대회와 전국장애인육상선수권대회에서 메달을 따냈고, 비장애인 여성들과 경쟁하는 마스터스 육상 대회에도 출전했다.
페트릴로는 패럴림픽 참가에 대해 “3년 동안 이 날을 기다려왔고, 이 날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며 “나는 선발될 자격이 있고, 선수로서뿐만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나를 믿어준 이탈리아패럴림픽위원회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여성 경기’ 참가에 반대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2021년에는 30명이 넘는 여성 선수들이 페트릴로의 여성 경기 출전에 이의를 제기하는 탄원서에 서명해 이탈리아육상연맹회장 등에 보내기도 했다.
스포츠 과학자 로스 터커 교수는 “스포츠계는 남성 우위의 원천이 테스토스테론이라면 이를 낮춘 선수는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다고 여긴다”며 “하지만 테스토스테론으로 인한 근육량 증가, 골격의 모양과 크기 같은 일부 변화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짚었다.
“성인에게 테스토스테론을 제거하더라도 근력 등의 장점은 계속 존재한다. 따라서 스포츠는 남성의 이점을 빼앗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하고, 약간 감소시킬 수는 있지만 확실하게 제거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아져도 여전히 남성의 우위를 가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