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2년까지 달 착륙선 발사 목표 총사업비 2조원대 국책사업 항우연 “단독 소유… 공평하게 전파” 한화 “4000억 투자 기여도 인정돼야”
국비 1조 원이 투입되는 차세대 발사체 개발 사업이 시작부터 흔들리고 있다. 발사체 개발 사업 주체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민간 참여 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발사체 관련 지식재산권 소유 여부를 두고 다툼이 벌어진 것. 우주항공청이 양측으로부터 갈등을 봉합할 중재안을 받기로 했지만, 발사체 개발 사업이 시작부터 부침을 겪으며 ‘민간 우주개발 사업’이 표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차세대 발사체 사업은 지구 저궤도(LEO)까지 약 10t의 화물을 운송하는 대형 발사체 개발 사업이다. 향후 2032년까지 달 착륙선을 보내는 국정과제로 총사업비만 2조132억 원에 이른다. 이 때문에 개발 과정에서 얻은 지식재산권은 향후 국내 우주개발, 방산 사업 등에서 활용 가치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즉 지식재산권 소유 기업이 연관 사업의 시장 패권을 쥘 수 있는 열쇠를 얻게 되는 셈이다.
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애초 제안요청서상 참여 기관의 개발 기여도에 따라 지식재산권을 공동으로 소유할 수 있다는 조건이 담겨 있다고 주장한다. 더욱이 이미 개발 과정에 필요한 인력과 장비 도입으로 4000억 원을 투자해 기여도가 적지 않다고 설명한다. 제안요청서상 참여기업의 업무 범위도 ‘공동개발’로 명시됐고 구매요약서에 ‘지식재산권 공동소유’가 명시된 만큼 사업 성과를 공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획득한 개발 지식을 다른 기업에 공유할 때도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민간 우주 개발 시대를 열기로 해놓고 정작 지식재산권 소유에 대해 모호하게 사업 제안을 한 정부의 안일한 대응이 갈등의 주된 이유라고 지적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이미 합의한 사항을 계약 체결 이후 부정하는 등 우주개발 사업에 관한 민간 기업의 신뢰도를 후퇴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정보시스템학과 교수는 “이번 사태는 민간 우주개발 사업에 대한 규정이 부족한 상태에서 벌어진 성장통과 같은 것”이라며 “방위산업과 같은 다른 민관 합동 개발 사례를 참조해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충분한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