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름휴가를 부산으로 간 지인들 전화를 자주 받는다. 오늘도 전화 두 통, 문자메시지 한 통을 받았다. 용건은 모두 같다. 해운대, 광안리 놀러 갔는데 횟집 추천해 달라는 내용이다. 현지 사정에 어둡고, 생선을 잘 알지 못하니 믿을 만한 사람에게 의존하는 걸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부산이 연고지인 데다 물고기를 주제로 한 칼럼, 전시, 강연 활동이 이렇게나마 실생활에 쓰임이 있으니 친절히 알려주는 편이다.
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갯마을 탐구 117회 원고 마감을 앞두고 한창 글을 쓰고 있을 때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해운대에 복국 먹으러 왔는데 복어 종류가 많아서 뭘 먹을지 모르겠으니 알려달라는 문자였다. 답변을 해준 뒤 쓰고 있던 칼럼 원고를 덮었다. 전국의 수족관에 채워진 횟감은 유사하다. 따라서 먹는 회 종류 역시 비슷할 수밖에 없으니 이번 기회에 새로운 해산물을 맛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주제를 급하게 바꿨다.
동남아에서나 먹을 수 있는 머드크랩의 일종인 청게가 낙동강에서도 잡힌다. 한반도에서 상업성을 가질 정도로 어획되는 곳은 낙동강 하구가 유일하다. 꼬시래기회, 고랑치회, 웅어회는 낙동강 주변에 위치한 명지, 녹산, 하단에서 제철에 먹을 수 있다. 갈미조개와 재첩, 갱갱이까지 더하면 부산의 맛은 한층 풍성해진다. 갱갱이는 여간해서는 관광객이 맛보기 어렵다. 낙동강 하구의 모래톱 물골에 서식하는 작은 갑각류의 일종으로 부산 명지를 벗어난 곳에서는 보는 것조차 어렵다. 갱갱이는 잡자마자 이물질을 선별한 후 소금, 마늘, 고춧가루 등 각종 양념에 버무려서 3, 4일간 숙성시킨 후 먹는다. 저장성이 약해서 한 달을 넘기지 못한다. 쌀밥에 참기름 몇 방울 떨어뜨려서 갱갱이젓에 비벼서 먹거나 구운 고기에 쌈장 대신 찍어서 먹기도 한다. 4, 5월이 제철이다.
서울에서 대중화되지 못한 음식은 지역민들만 좋아하는 먹거리라는 말이 세간에 떠돈다. 천만의 말씀. 청게, 웅어, 고랑치, 꼬시래기, 갈미조개, 갱갱이는 어획량이 적어서 다른 곳으로 갈 것 없이 산지에서 다 소비된다.
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