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균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살다 보면 잘 안 풀릴 때가 있다. 장사는 안 되고, 직원들은 말을 안 듣고, 바로 앞에 큰 프랜차이즈가 생긴다. 돌파구는 주방이나 홀을 구석구석 청소하는 것이다. 바닥 닦는다고 매출이 늘 것 같지는 않지만, 그게 방법이다.
야구도 그렇다. 10년째 리그 최하위에 머물러 있고, 큰돈 주고 데려온 선수는 값을 못 하고, 내보낼 투수가 없다. 그때는 공 쳐 주고 공 받게 하는 게 방법이다. 야구는 수비가 기본이다. 굴러오는 공이든, 떠오는 공이든 열심히 잡다 보면, 쉽게 지지 않는 팀이 되고, 이기는 팀이 된다.
검찰이 최악의 상황에 처해 있다. 거대 야당은 검찰청 해체를 얘기하고, 검사를 탄핵한다고 하고, 이걸 보는 국민 가운데도 검찰 편이 없다. 새로 뽑은 검사들은 희망이 없다고 떠난다. 지금 필요한 건 무엇일까. 바로 기본을 지키는 일이다.
野의 檢 흔들기 속 ‘기본 지키기’가 해법
먼저, 수사다. 검사는 아직 부패범죄와 경제범죄를 수사할 수 있다. 그러면 있는 자원을 총동원해서 부패를 잡고, 경제사범을 잡으면 된다. 경찰 수사가 미진하면 보완수사를 할 수도 있고, 고소인이 경찰 수사에 이의를 제기하면 재수사를 할 수도 있다. 수사관과 힘을 합쳐 할 수 있는 수사를 하면 된다. 제도가 싫어도, 수사할 수 있는데 수사하지 않는 것은 검사의 자세가 아니다. 일본 검사는 진실 발견이 최고의 목표라고 한다. 우리도 범죄의 진상을 규명하는 데 진력하면 그만이다. 그 외에는 전부 ‘잡생각’이다.
다음, 수사 종결이다. 매년 100만 건의 사건이 수사를 마치고 검사의 테이블에 올라온다. 그중 40%는 불기소 또는 기소유예로 끝나고, 30%는 벌금형으로 약식 기소하고, 20%만 법원에 정식으로 기소한다. 검사는 100건을 받으면 그중 20건을 추려서 법원에 넘기는 ‘문지기’다. 그 역할을 정확하게, 공정하게 수행하는지 보고 국민은 검찰을 평가한다.
프랑스의 알스톰(Alstom)이라는 기업이 있다. 테제베를 만든 국민기업이다. 이 기업이 여러 나라 공무원에게 돈을 뿌리고 다녔다. 우리로 치면 검사에 해당하는 프랑스 예심판사 르노 반 루임베케는 그 죄상을 알고 있었는데도 처벌에 주저했다. 이유가 있었지만 정당한 이유가 아니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을까. 미국 반부패법에 걸려서 사상 최고 금액의 벌금을 내고, 경영진 중 한 명은 미국 들어가는 길에 붙잡혀 30개월 감옥살이를 했고, 회사 대부분이 미국 제너럴일렉트릭에 넘어가고 말았다. 벌을 받고 죄를 뉘우칠 기회를 놓쳤기 때문이다. 예심판사라는 제도도 없어질 뻔했다가, 겨우 폐지만 면했다. 사건을 정확하게 종결하지 않는 것은 검사에게도 좋지 않고, 피의자에게도 좋지 않다.
국민만 보고 ‘성역 없는 수사’ 해야 신뢰 회복
검사 일은 권력과 외압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정치적 중립과 독립이 중요하다. 우리 법은 그 임무를 검찰총장에게 맡겨 두고 있다. 총장이 검사를 지켜야 성역 없는 수사가 가능하다. 등 뒤에 서 있는 젊은 검사들이 국가가 부여한 사명을 감당할 수 있도록, 그래서 검사 된 것을 자랑스러워 할 수 있도록, 총장은 그리스 신화의 영웅 디오메데스처럼 선봉에서 버티는 게 사명이다. 2년 임기가 형벌처럼 길 수도 있다. 건강 잘 챙기기 바란다.
김희균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