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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수사기관이 現대통령 통화내역 확보… 어쩌다 이 지경까지

입력 | 2024-08-13 23:27:00

앞줄 왼쪽부터 박정훈 전 해병대수사단장,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임성근 전 사단장,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최주원 경찰청 미래치안정책국장. 2024.7.19/뉴스1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지난해 7∼8월 윤석열 대통령이 개인 휴대전화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혐의자에 포함한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지난해 7월 31일을 전후한 시점이다. 통화 내역은 1년이 지나면 삭제되기 때문에 지워지기 전에 공수처가 조치를 취한 것이다.

수사기관이 현직 대통령의 통화 내역 조회에 나선 것은 사실상 처음 있는 일이다. 2017년 국정농단 특별검사팀이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통화 내역을 조사한 적이 있긴 하지만,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돼 직무가 정지된 뒤였다. 전례가 있었는지 여부를 떠나 현직 대통령이 누구와 얼마나 자주 통화했는지를 수사기관이 들여다보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 자체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럼에도 법원이 영장을 발부해 준 것은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한 의혹의 핵심 부분이 윤 대통령과 그 주변을 향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군 관계자들 간의 통화 사실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항명죄 재판에서 관련자들의 통화 내역을 조회하다 나온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윤 대통령의 개입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한 예로 해병대 수사단이 조사 자료 이첩을 강행한 지난해 8월 2일 윤 대통령은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과 3차례, 신범철 국방차관 및 임기훈 국방비서관과 수차례 통화했고 국방부는 경찰에서 자료를 회수했다. 윤 대통령 본인의 통화 내역을 살펴보면 새로운 인물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채 상병 순직 사건 조사 과정에서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들이 잇달아 벌어졌다. 국방부 장관은 자료 이첩을 승인했다가 대통령실 유선 전화를 받은 뒤 번복했다. 국방부 조사본부가 재검토하는 기간에 업무 연관성이 별로 없는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과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집중 통화했고, 임 전 사단장은 혐의자에서 빠졌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이 ‘VIP’ 운운하며 임 전 사단장 구명 로비를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돼 있다. 용산의 개입 여부를 규명하려면 관련자 소환, 압수수색 등 해야 할 일이 많다. 윤 대통령 통화 내역을 분석하는 것은 그 시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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