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지상군 러 진격 일주일째 젤렌스키 “더 깊이 공격 허용을” 요청 푸틴, ‘28개 마을 빼앗겨’ 보고에 “군이 판단할 사안” 날카로운 반응
우크라軍, 러 마을에 국기 게양 우크라이나군이 12일 러시아 본토 약 1000㎢를 점령했다고 밝힌 가운데,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주의 한 마을에서 국기를 게양하고 있다. 소셜미디어 ‘X’ 캡처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본토로 지상군을 진입시킨 지 일주일째인 12일 러시아 남부 쿠르스크주에서 약 1000㎢(서울 면적의 약 1.65배)를 장악했다고 주장했다. 이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자국 국기를 게양하는 장면도 공개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군 공격 뒤 세 번째로 안보 관련 회의를 소집했으며, 러시아군은 쿠르스크주와 맞닿은 우크라이나 수미주의 에너지시설을 공습했다.
12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이날 참모회의에서 “쿠르스크 지역에서 공격 작전을 계속하고 있다. 현재 러시아 연방 영토 약 1000㎢를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연설을 통해 “올 6월 1일 이후 러시아군이 쿠르스크주와 맞닿은 수미주를 거의 2100차례 공격했다”며 “러시아는 다른 나라에 전쟁을 몰고 왔고, 이제 자국으로 돌려받고 있다”고 말했다.
24년 전 같은 날인 2000년 8월 12일 발생한 ‘쿠르스크 잠수함 참사’도 언급했다. 우크라이나군이 현재 진격 중인 러시아 지역명을 딴 러시아 핵잠수함 쿠르스크호는 당시 러시아 북부 바렌츠해에서 침몰해 승무원 118명 전원이 숨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4년 전 푸틴 통치의 시작 때 쿠르스크호 참사가 있었고, 이제 우린 푸틴 통치의 마지막 장으로 보이는 또 다른 참사를 목격하고 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을 자극할 만한 과거를 상기시킨 것.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통신 등에 영상으로 공개된 회의에서 “적을 영토에서 몰아내고 안정적인 국경 안보를 보장하는 것이 주 임무”라고 밝혔다. 안보 관련 회의는 우크라이나 공격이 시작된 다음 날인 7일 처음 열린 뒤 9일에 이어 세 번째다.
푸틴 대통령은 회의 중 날카로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알렉세이 스미르노프 쿠르스크 주지사 대행이 이날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영토 안 12km까지 진입했으며 28개 마을을 통제하고 있다고 설명하자, 푸틴 대통령이 말을 끊고 “군이 판단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영국 BBC방송은 “러시아 관영 언론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장면으로, 러시아가 겪고 있는 피해 규모를 보여준다”고 전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