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째 묶인 대학등록금] 대학 경쟁력, 세계 30위권→50위로 20위권 국가 경쟁력에 크게 못미쳐 “연구는커녕 전임교원도 확보 못해”
장기간 동결된 대학 등록금 때문에 교육과 연구 등에 제대로 투자하지 못한 국내 대학들은 글로벌 대학 경쟁력 순위에서도 약세를 보이는 중이다. 자원이 부족한 국가에서 인재 양성 기능마저 약화될 경우 중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에 따르면 국내 대학의 교육 경쟁력은 2011년 39위, 2015년 38위 등으로 30위권이었으나 2019년에는 50위까지 하락했다. 이후에도 2020년 48위, 2023년 49위 등으로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지 못하며 조사 대상국 60여 개국 가운데 하위권을 전전하고 있다. 한국의 국가경쟁력 순위가 2011년 22위, 2015년 25위, 2020년 23위, 2023년 26위 등으로 20위권을 줄곧 기록해 온 것과 비교하면 한참 떨어지는 것이다.
대학들은 교육 경쟁력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재정 부족을 꼽는다. 상당수 대학이 등록금 동결로 재정난에 시달리다 보니 우수 교원 및 최신 기자재 확보 등에서 한계가 뚜렷하다는 것이다. 또 교수들이 교육과 연구보다 정부의 재정사업 지원 등에 매달리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수도권 대학의 한 교수는 “인건비가 낮은 시간강사나 겸임교수 등에게 강의를 맡기며 간신히 커리큘럼을 꾸리는 실정”이라며 “우수한 교수진 영입은커녕 전임교원조차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인데 연구 실적이 많이 나올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한 사립대 총장은 “학교도 교수들이 정부 재정사업 등 학문 연구와 무관한 프로젝트에 시간과 역량을 빼앗기는 상황을 알고 있지만 재원 확보에 사활을 걸다 보니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는 지난해 발표한 ‘2023년 학교급별 사립학교 교육비 현황 분석’에서 “10년 넘게 대학 등록금이 동결됐고 정부의 재정 지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며 “대학들의 재정 악화가 교육의 질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