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규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방송장악 2차 청문회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4.8.14/뉴스1
1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불법적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 선임 등 방송장악’ 관련 2차 청문회에서 여야가 또다시 강하게 충돌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방송통신위원회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직무대행(부위원장)이 첫 출근 10시간 만에 MBC 대주주인 방문진과 KBS의 이사를 검증 없이 졸속으로 갈아치웠다”고 주장했고, 국민의힘은 “이미 방통위 홈페이지에 후보자 명단이 올라와 있었기 때문에 누가 지원했는지 다 알고 있었던 사실”이라며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민주당 이정헌 의원은 이날 오전 “(전임자인) 김홍일-이상인 방통위가 검증 절차에 구멍을 냈고, 이진숙-김태규 방통위가 그 구멍으로 자격 미달자들을 통과시켰다”며 “아무런 검증도, 면접도, 토론도, 심의도 없었다. 1~2시간 만에 (KBS·방문진 이사에 지원한) 83명의 후보자 명단이 추려졌고 13명의 이사가 결정됐다”고 말했다. 앞서 이 위원장과 김 직무대행은 취임한 당일인 7월 31일 KBS 이사 7명과 방문진 이사 6명을 속전속결로 임명했다. 민주당은 이사 선임에 걸린 회의시간이 불과 약 1시간 35분이라며 이 위원장과 김 부위원장 2인 체제에서 제대로 된 검증과 심사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김 직무대행에게 이 위원장과 단시간에 제대로 심의를 한 뒤 의결했는지를 두고 질의를 이어갔다. 정동영 의원은 “졸속으로 2시간 만에 83명을 다 검증한 것인가”라고 물었고, 한민수 의원은 “이사 선임에 대해 이 위원장과 (사적으로) 얘기한 것을 토대로 1시간 35분 만에 83명을 다 검증한 것인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김 직무대행은 “졸속이라는 단어에 동의하지 않고 정당한 절차를 거쳤다”면서도 “심의 내용은 비공개 내용이라 답변하지 않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야당 의원의 고성과 막말이 이어지기도 했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KBS 이사에 누가 선임됐나”라고 질문했고, 김 직무대행이 “제 기억력 테스트를 하겠다는 건데 어떤 인과관계와 관련성이 있나”라며 답변을 거부했다. 노 의원은 이 과정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김 직무대행은 “잘 듣고 있으니 언성 안 높여도 된다”고 맞받았고, 노 의원은 “톤 조절은 내가 한다. 건방 떨지 마시라”고 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은 “위원회 품격을 위해서라도 이런 (건방 등) 언어는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 직무대행은 방문진 이사 선임과 관련해 구체적인 이유를 따져 묻는 야당의 질의에 정부 인사에 간섭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노 의원이 ‘김동률 서강대 교수를 방문진 신임 이사로 왜 선임했나’라고 묻는 말에 “인사권에 직접 개입하는 것”이라며 “의회는 정부 인사에 감시·감독만 하는 것이지 (이 같은 질문은) 더 나아가서 간섭, 심지어 직접 하겠다는 것밖에 안 되어서 답변 못 드린다”고 했다.
조혜선 동아닷컴 기자 hs87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