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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많이 오니 잘 안 봐”…폭염기간 연일 안전문자 폭탄

입력 | 2024-08-14 14:11:00

폭염특보 기간 중 1명당 하루 최대 6통 씩 받는 꼴
각급 지자체·행안부 제각각 발송, 경각심은 떨어져
문자 발송 기관 간 중복 발송 방지, 역할 분담 필요



ⓒ뉴시스


#1. 50대 교육사업가 A씨는 매일 여러 지역으로 출장을 간다. 지난 주말엔 각 지자체에서 보낸 폭염 안내 문자를 12~13건씩 받았다. 처음에는 깜짝 놀라 안전 문자를 꼬박꼬박 확인했지만 지나치게 자주 오는 문자에 확인도 소홀해졌다. 재난 안전 문자메시지라지만 이쯤 되면 공해 수준으로 느껴진다. 중요한 미팅 때는 안전 문자도 수신을 차단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

#2. 40대 자영업자 B씨도 올 7월부터 매일 ‘물 마시기, 물놀이 안전수칙’ 관련 안전문자를 3~4통씩 받는다. B씨는 “안전 문자에 무뎌져 나중에 정작 대피해야 할 때 안 보게 되면 어쩌나 걱정도 된다”고 토로했다.

연일 내려진 폭염특보에 각 지자체에서 발송하는 폭염 대응 안전 수칙 안내 문자메시지가 자주 발송되면서 시민 피로감이 커지고 정작 급박한 중대재해 상황에 대한 경각심마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제때 안전 문자 발송의 취지에 따른 대처가 가능할 수 있도록 각 기관이 문자메시지를 중복 발송하지 않도록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14일 광주시에 따르면 광주시는 폭염특보가 시작된 지난 7월20일부터 이날까지 매일 폭염 피해 예방 주의 안내 문자를 보내고 있다.

지난 26일간 전 시민에게 발송된 안전 문자 메시지는 40통 이상에 이른다. 시에서 발송한 안전문자만 하루 2통 꼴이다.

같은 기간 광주 5개 자치구도 광주시와는 별개로 매일 폭염·물놀이 주의 안전 문자를 발송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도 최고 체감 기온 등을 기준으로 폭염 피해 우려가 커질 때에는 안내 문자를 발송한다.

폭염 특보 발령 이후 광주시민 1명이 하루에 받는 재난 안전 문자는 최대 6통에 이르는 셈이다.

전남도 역시 올해 들어 재난 문자 48건을 보냈는데 대부분이 폭염·호우 주의 안전 문자로 집계됐다.

재난 문자는 크게 재난의 경중에 따라 위급 재난(전시·공습 경보·규모 6.0 이상 지진 등), 긴급 재난(태풍·화재·자연 사회재난), 안전 안내(겨울철 안전운전·폭염·호우 등) 3가지로 나뉜다.

이 중 폭염 피해 예방 또는 주의를 당부하는 ‘안전 안내 문자’는 각 지자체에서 내부 회의를 거쳐 자체 발송한다.

문제는 광역·기초 지자체가 천편일률적인 안내 내용을 매일 따로 발송하다 보니, 시민들이 안전 문자메시지에 대한 집중도나 경각심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판에 박힌 주의 요령이 담긴 문자가 남발되면서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일도 허다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작 지진 등 위급 재난 상황에서는 안전 문자가 제 역할을 다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30대 어느 광주시민은 “안전 안내 문자가 야외 활동 자제, 생수 마시기 등 매일 같은 내용을 보내 어느 순간 스팸 문자처럼 느껴진다. 무심결에 대수롭지 않게 넘기게 된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중복 발송을 피하는 재난 문자 시스템을 구축, 꼭 필요한 시기에 안전 문자가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현철 한국재난관리학회 부회장(호남대 교수)은 “시민 경각심을 높이고자 폭염·폭우와 같은 안전 문자는 기초 지자체만 보내도록 통일할 필요도 있다. 행정안전부 재난종합상황실과 광역 지자체는 긴급한 재난 내역 등을 확인, 중복 발송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여러 시·군에 걸쳐있는 위험 상황은 광역지자체에서, 국가적 재난의 경우 행안부가 발송하도록 역할을 정확히 분담하는 일도 중요하다”며 “시민들 역시 안전 문자 메시지가 자주 발송된다고 해도 받을 때마다 주의를 기울이고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광주=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