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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 출간됐지만 시대 흐름과 맞는 책들을 다시 펴내는 출판사들이 늘고 있다. 출간된 지 10년이 넘은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역주행’ 현상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MZ세대의 레트로 선호 등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14일 교보문고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소설 부문 상위 30권 중 출간된 지 10년이 넘은 책은 11권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6권, 2022년 상반기 4권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올 상반기 기준 교보문고 소설 1위는 1998년 출간된 양귀자의 ‘모순’이다. 이 책은 2022년 25위, 지난해 7위에 이어 올 들어 1위로 급상승했다.
이에 대해 출판계는 올해 들어 ‘달러구트 꿈 백화점’(2020년)이나 ‘불편한 편의점’(2021년) 같은 신간 베스트셀러가 드문 데다 젊은 층의 레트로 선호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온라인 서점 알라딘에 따르면 양귀자 ‘모순’의 20대 구매 비율이 38.5%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민음사)’이나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민음사)’도 20대 구매 비율이 가장 높았다. 한기호 출판평론가는 “현실과 몽상 사이를 저울질하다 현실을 택하는 내용(‘모순’) 등이 젊은 세대에도 유효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영상화도 재출간으로 이어지고 있다. 창비는 올 하반기(7~12월) 공개되는 공유, 서현진 주연 넷플릭스 드라마의 원작인 김려령의 ‘트렁크’(2015년) 개정판을 준비 중이다. 앞서 창비는 송중기 주연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 개봉을 맞아 조해진의 ‘로기완을 만났다’(2011년) 개정판을 올 2월 펴냈다.
하지만 올 하반기에는 이름 흐름이 변할 수도 있다. 기대작들이 줄줄이 나올 예정이기 때문. 이달 말 김애란 작가가 13년 만에 발표하는 신작 장편소설 ‘이중 하나는 거짓말’(문학동네)에 이어 김금희의 ‘대온실 수리 보고서’(창비), 황석영의 ‘할매’(창비), 정유정의 ‘영원한 천국’(은행나무) 등이 연내 출간을 앞두고 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