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 캡처.
극한의 매운맛·신맛을 추구하는 음식이 세계적으로 인기다. 온라인에는 살인적으로 맵거나 신 음식 먹기에 도전하는 ‘□□ 챌린지’ 영상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큰 고통을 수반하는 매운맛이나 신맛은 우리 몸에겐 위험 요소다. 하지만 인간은 이런 위험을 좋아한다. ‘저세상 맛’을 경험하는 행위는 마치 공포영화를 보는 것처럼 뇌에서 투쟁 도피 반응을 유발해 엔도르핀과 도파민을 분출케 한다. 이 호르몬들은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해준다. 뇌가 안전하다고 판단한 후 위험한 상황을 극복한 것에 대한 성취감이 생긴다는 것이다.
미국 플로리다 국제대학교 청소년·아동 건강 연구소 소장인 엘리사 트루코 박사는 “이러한 도전은 감각 추구, 보상 추구와 같은 심리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그래서 더 위험할수록 더 짜릿한 것”이라고 14일(현지시각) NBC뉴스에 말했다.
필라델피아 소재 비영리 과학연구기관 모넬 화학 감각 센터의 박사 후 연구원 로버트 펠레그리노 박사는 침이 매운 음식을 분해하면 캡사이신(고추에 들어있는 매운 맛을 내는 성분)이 목, 코, 식도로 이동하여 촉각과 관련된 신경을 활성화하며 이로 인해 뜨거운 난로를 만졌을 때 느끼는 것과 유사한 고통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신맛은 미각 신경을 활성화한다. 사람들이 신맛이 나는 음식을 먹을 때, 몸은 산성 물질이 해로울 수 있다고 판단해 고통 반응을 일으킨다.
두 경우 모두, 뇌는 초기의 통증 반응을 무시할 수 있다.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심리학과 폴 로진 교수는 이를 인간이 심각한 고통과 ‘무해한’ 고통을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로진 교수에 따르면 적당한 양의 매운 음식을 먹는 것은 일반적으로 안전하다고 말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체는 이를 건강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한다.
“여기에서 쾌감이 온다. 신체의 신호를 무시하고 이 과정을 진행하는 것에서 오는 쾌감이다”라고 로진 교수는 설명했다.
극단적인 음식에 대한 도전은 몇몇 비극적인 사고를 낳기도 했다. 작년 매사추세츠 주의 한 10대 소년이 청양고추보다 220배 매운 칠리 페퍼 추출물이 든 토르티야 칩 챌린지에 동참했다가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올 4월 영국에서는 한 10세 소녀가 틱톡에서 유행하는 극도로 신 사탕을 먹고 목에 화상을 입었다.
맥도날드 박사는 “캡사이신이 들어 있는 일부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수명을 연장하고 암 위험을 줄이는 것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 챌린지’에서 사람들이 먹는 고추들은 그런 종류가 아니다”라고 우려했다.
컬럼비아 대학교 바젤로스 의대의 내과 의사이자 교수인 샹텔 스트라찬 박사는 고혈압과 천식과 같은 기저 질환을 가진 사람들에겐 극단적인 음식 도전이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과의 불확실성을 고려해 참여하기 전에 두 번 생각하고, 사전에 의사와 상담할 것을 권장했다.
“불행히도 우리는 이러한 물질에 어떻게 반응할지 첫 시도 후에야 알게 된다”라고 스트라찬 박사는 말했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