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목욕 등 육아 위주 가이드라인 손걸레질-쓰레기 배출 등은 빠져 ‘가사 서비스’ 기준 모호해 논란 우려 선정 가구 56% 강남3구-마용성 몰려
다음 달 3일 시작하는 서울시의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선정된 가구 중 절반 이상이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구)와 ‘마용성’(마포, 용산, 성동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시범사업에 최저임금이 적용되면서 실질적인 돌봄 비용 경감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유가 있는 지역에서 더 적극적으로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 수치로 증명됐다.
13일 서울시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신청한 총 731가정 중 최종 157가정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자치구별로 선정된 가구를 살펴보면 157가구 중 53곳(34%)이 강남(22곳), 서초(16곳), 송파구(15곳)에 해당하는 강남 3구로 나타났다. 또 마포(6곳)와 용산(14곳), 성동구(15곳)에서 선정된 가구가 총 35곳(22%)으로, 강남 3구와 마용성에서 선정된 가구가 전체의 56%로 집계됐다. 이날 선정 통보를 받은 한 임신부는 “임신한 몸으로 어린아이를 키우기 버거워 신청했는데 선정돼서 기쁘다”며 “아이 목욕과 음식 준비, 아이 방 청소와 젖병 소독 등에 도움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가구 선정이 끝나면서 가사관리사의 현장 투입이 3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들의 업무 범위를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고용부와 필리핀 이주노동자부가 올해 5월 공동 작성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이들의 기본적인 업무 범위는 원칙적으로 아이 돌봄 업무에 한정된다. 예를 들어 분유 수유와 젖병 소독, 이유식 조리, 아이 목욕 시키기, 아이 픽업, 낮잠 재우기 등이다. 다만 가이드라인에는 ‘동거 가족에 대한 부수적이며 가벼운 가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조항도 들어갔다. 업무 범위에 혼선이 빚어질 수 있는 부분이다. 고용부는 “정부 간 협상이기 때문에 육아 외 가사 활동과 관련해선 세세한 업무를 명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가구별 맞춤 희망 서비스 업무를 사전에 협의해 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서비스 이용 중에 추가 업무 협의가 필요할 경우 직접 지시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제공 기관 서비스센터를 통하도록 안내하기로 했다.
일각에선 비용 부담(전일제 기준 월 238만 원)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달 출산을 앞둔 서모 씨(31)는 “집안일을 돕는 것이 주 업무라 생각하는데 생각보다 시킬 수 없는 것이 많아 효용성이 떨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