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211개 수련병원 전공의 약 1만 명이 의대 2000명 증원 정책에 반대하며 집단 이탈한 지 6개월이 돼 간다. 정부는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살리기를 증원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고 의료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부터 붕괴 위기에 내몰린 상황이다. 다음 달부터 대입 수시모집 일정이 시작되는 가운데, 교수 증원과 시설 투자 계획이 나오지 않아 의대 교육 부실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의료 공백 사태 6개월로 필수의료의 종말이 앞당겨졌다고 본다. 필수의료 분야는 평소에도 힘들고 소송 위험이 크지만 보상은 적어 인력난이 심각했는데 일방적인 의대 증원 후 사명감으로 버티던 전공의들마저 이탈해 대가 끊길 위기라는 것이다. 특히 심장과 폐를 다루는 흉부외과의 수급 상황은 심각한 상태다. 2년 후인 2026년이면 전문의 54명이 은퇴하지만 신규 배출될 전문의는 1명뿐이다. 올 하반기 전공의 지원자는 한 명도 없었다. 지방을 중심으로 수술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고, 소아 심장 같은 희귀 분야는 조만간 국내에 수술할 의사가 없어 외국으로 나가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해외에서도 가성비를 인정하는 한국 의료 체계가 반년 만에 벼랑 끝으로 몰린 데는 집단 이탈한 의사들에게 직접적인 책임이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27년 만에 의대 증원이라는 중요한 정책을 추진하면서 회의록도 제대로 남기지 않고 밀어붙인 정부에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예상되는 상황임에도 비상 진료체계는 허술했고 필수의료 수가 인상, 전문의 중심병원 전환 계획은 의료계를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 역대 정부마다 추진하다가 예산이 없어 못 했던 정책을 이번에도 재정 계획 없이 ‘추진’ 또는 ‘검토’ 하겠다고 하니 누가 신뢰하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