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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경찰, 히잡 안쓴 운전자에 총격… 두 아이 엄마 평생 하반신 마비 위험

입력 | 2024-08-15 01:40:00

31세 여성, 폐-척수 부상 심각
당국, 내부소요 우려 사건 통제





이번 주 내로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공격을 감행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 이란에서 한 여성이 히잡을 착용하지 않았단 이유로 경찰이 쏜 총에 맞아 하반신 마비 위험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당국은 내부 소요를 우려해 사건 공개를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과 BBC방송 등에 따르면 이란 여성 아레주 바드리(31·사진)는 지난달 22일 귀갓길에 총에 맞아 폐와 척수 등에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마잔다란주 바볼사르에 사는 두 아이의 엄마인 그는 수술을 받은 뒤 3주 넘게 입원해 있으며, 허리 아래로 감각이 전혀 없는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당시 경찰은 귀가 중이던 바드리의 차가 ‘압류 목록’에 올라 있는 것을 확인하고 그에게 차를 세우라고 명령했다. 그의 차가 압류 대상이 된 이유는 ‘히잡을 쓰지 않고 반복적으로 운전했기’ 때문이었다. 경찰은 명령에 순순히 따르지 않는단 이유로 차량 바퀴와 운전석으로 발포했다.

이란 경찰청은 지난해 4월부터 감시 카메라를 활용해 공공장소나 차 안에서 히잡 미착용 여성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왔다. 히잡을 쓰지 않고 운전하는 사례가 반복적으로 적발되면 차량 압류까지 가능하다.

이란 인권감시기구(HRM)에 따르면 바드리는 등에 박힌 총알은 제거했지만, 완전히 걷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바드리는 폐 수술도 받아야 해 이란 경찰이 관리하는 수도 테헤란의 발리 아사르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다.

이란 당국은 바드리 관련 소식이 외부로 알려지는 걸 극도로 민감해하고 있다. 그의 가족들은 하루 몇 분만 면회할 수 있고, 휴대전화는 압수됐다. 미국으로 망명한 이란 여성 언론인 마시 알리네자드는 X에서 “바드리 가족과 친척들은 사건을 알리지 말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며 “21세기에 머리를 가리지 않았단 이유로 엄마가 경찰 총에 맞았단 사실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느냐”며 분노했다.

BBC방송은 “이런 유의 사고를 덮으려는 이란 당국의 태도는 처음이 아니다”며 “지난해 10월 숨진 아르미타 게라반드 사건 때와 비슷하다”고 전했다. 당시 17세였던 게라반드는 지하철역에서 히잡을 쓰지 않았다고 경찰에게 폭행당해 28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BBC에 따르면 경찰은 게라반드 가족에게도 입을 다물라고 압박했다.

이란은 2022년 히잡 미착용으로 경찰에 체포된 뒤 의문사한 마사 아미니(당시 23세) 사건 이후 전국적인 시위가 벌어지자 다소 단속을 완화했으나, 최근 들어 다시 고삐를 조이고 있다. 이달 초에도 14세 소녀가 히잡을 쓰지 않았단 이유로 경찰에게 폭행당하는 폐쇄회로(CC)TV 영상이 공개돼 논란이 됐다.



김윤진 기자 ky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