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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력 테스트냐” vs “건방 떨지 마라”… 고성 충돌로 얼룩진 과방위 청문회

입력 | 2024-08-15 01:40:00

이진숙 “직원 고문받는 듯해 나와”
최민희 “상임위가 고문실이냐”



최형두 국민의힘 과방위 간사를 비롯한 여당 의원들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방송장악 2차 청문회에서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 증언 거부 고발의 이건 상정되자 반대 표결하고 있다. 2024.8.14. 뉴스1



“(1차 청문회에서) 방송통신위원회 사무처장을 포함해 과장급까지 불려 나와 답변할 수 없는 사안에 대해, 비유하자면 고문 받듯이 하는 걸 보고 나왔다.”(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마이크를 꺼라. 신성한 국회 상임위원회 회의장을 고문실에 비유하느냐.”(더불어민주당 소속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14일 국회 과방위에서 열린 ‘방문진 이사 선임 등 방송장악 2차 청문회’에서 이 위원장과 야당 의원들이 정면 충돌했다. 이 위원장은 자신을 증인으로 불러낸 민주당을 향해 “(청문회장에서) 느끼는 것이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몇몇 동물들은 더 평등하다’란 말을 떠올리게 된다”고 말했다. 2일 민주당 주도로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뒤 직무정지 상태인 이 위원장은 1차 청문회에는 병원 입원을 이유로 불참했다. 최 위원장은 “소설 ‘동물농장’에 나온 이야기지. 지금 국회가 동물농장이란 이야기냐”고 반발했다.

이날 청문회가 서로 고성을 지르며 상대 질의와 답변 태도를 둘러싸고 충돌한 사이 정작 이 위원장과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의 ‘2인 체제’로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 7명과 한국방송(KBS) 이사 6명을 선임한 과정에 대한 진상 파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위원장은 이날 오후 증인 선서 후 최 위원장에게 선서문을 제출하고 인사 없이 자리로 향해 야당의 항의를 받았다, 이 위원장은 이사 선임과 관련된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나는 탄핵 심판 중이고 내 직무와 관련해서 말하는 것은 마땅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위원장은 ‘윗선의 오더(명령)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야당 주장에는 “어디서 오더를 받았다는 것은 증인이지만 굉장히 모욕적”이라고 반박했다.

오전에는 김 직무대행과 야당 의원 사이에 태도 공방이 벌어졌다. 최 위원장이 “답변할 때 팔짱을 끼고 질의에 웃는다거나 얼굴을 마구 비빈다”라고 지적하자 김 직무대행은 “얼굴 비비는 것까지 뭐라고 하느냐. 팔짱은 안 끼겠다”고 했다. 야당은 답변 거부를 사유로 김 직무대행 고발 안건을 의결했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김 직무대행에게 “KBS, 방문진 이사가 누구인지 말해보라”고 물었다. 김 직무대행은 “기억력 테스트하는 자리가 아니지 않느냐”고 답했다. 이에 노 의원이 목소리를 높이자 김 직무대행은 “잘 들리니 언성을 높이지 않아도 된다”고 했고, 노 의원도 “톤 조절은 내가 한다. 건방 떨지 말라”고 날을 세웠다.

여야는 방통위가 1시간 반 만에 83명의 이사 후보를 심의한 것을 둘러싼 공방도 벌였다. 야당이 ‘1인당 42초 심사’라며 “군사작전 하듯 방송 장악 쿠데타를 벌였다”고 주장하자, 국민의힘 신성범 의원은 “지난 정부에서도 마찬가지였다”고 반박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