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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공급 대책’으로 재건축 빨라진다는데 정말일까[부동산 빨간펜]

입력 | 2024-08-15 14:30:00

‘8·8 대책’ 재건축 분야 집중 정리
추정 분담금 공개 시기 늦추고
조합 설립은 필요 동의율 낮춰
3년 한시 용적률 높여 사업성 보강




지난 8일 서울과 수도권에 총 42만7000채 이상의 주택과 신규 택지를 공급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8·8 주택공급 대책’이 발표됐습니다. 3년간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재건축·재개발 촉진법(특례법)’을 제정하고 안전진단 시기를 조정해 통상 15년 걸리는 정비사업 기간을 9년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이 특히 눈에 띄었습니다.

이번 부동산 빨간펜은 재건축 사업 순서에 맞춰 8·8 공급대책을 재구성했습니다. 내가 사는 재건축 단지는 어떤 영향을 받는지 알아보시죠. 참고로 특례법 제정,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개정 등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 사안이 많아 실제 시행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주세요.


Q. 제가 있는 아파트는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해 플래카드가 걸렸던 단지입니다. 그 이후 별다른 소식이 없습니다. 대책 발표 이후 사업 속도가 빨라질까요?

“사업 절차가 일부 간소화됩니다. 안전진단 단계 이후에는 재건축 이후 단지 밑그림인 정비계획을 수립합니다. 도로, 공원 등 기반시설 위치와 높이, 용적률 등 주요 사안이 정해지죠. 2022년 11월 개정 도정법이 시행되며 정비계획 수립 때 조합원이 내야 하는 추정 분담금과 산출 근거도 발표해야 합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정비계획 수립 때 대표 유형의 분담금만 산정하면 됩니다. 세대별 분담금은 조합을 설립할 때 공개하는 것으로 바뀝니다. 당초 도입 취지는 분담금이 뒤늦게 공개돼 사업이 무산되는 것을 막자는 취지였는데 정작 현장에서는 주민 갈등을 부추겨 사업 긴장감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했다고 평가한 것을 반영했습니다. 2022년 11월 이전에 수립한 정비계획 중 경미한 사안을 변경하려면 분담금 추산액을 추가로 밝혀야 하는 것도 사업 속도를 늦춘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이와 관련한 사항은 9월 중 국회에 도정법 개정안이 발의된다고 하네요.

추가로 초기 사업비를 주택도시기금으로 지원받을 수 있게 됩니다. 최대 50억 원까지 가능합니다.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데 필요한 용역이나 총회를 개최하는 비용 등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재건축 사업은 분양 단계 이후에서 수익이 발생하다 보니 초기에 건설사, 용역 업체 등으로부터 자금을 빌려 사업을 진행하는 곳이 많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사업이 공정하게 진행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많다 보니 기금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보입니다.”

Q. 저희 단지에 정비계획이 수립됐다는 보도를 봤습니다. 이후 단계는 추진위원회와 조합 설립이라고 들었는데 저희 단지는 어떤 영향을 받게 될지 궁금합니다.

“조합 설립이 쉬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재건축은 기존에 살던 주민의 재산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기존에는 조합을 설립하려면 전체 소유자 75% 동의와 함께 각 동별로도 소유자 50% 동의율을 확보해야 했습니다. 앞으로는 전체 주민 70%의 동의만 얻으면 됩니다. 동별 동의율은 33%로 줄어듭니다.

현장에서는 ‘동별 동의율’ 축소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한강변 재건축 단지에서는 한강과 가장 가까운 동에 있는 조합원이 재건축 이후에도 현재 자리를 담보해줘야 조합 설립에 동의하겠다고 요구하곤 합니다. 규모가 작은 동이더라도 조합을 설립하려면 동별 동의율 요건을 충족해야 해 요구 사항을 들어줘야 했죠.

재건축 단지인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 신동아아파트는 조합 정관을 통해 기존의 강변동(5,6,13,14,16동) 조합원에게 남향 한강조망권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국토지리정보원 제공

조합설립 동의 간주 범위가 넓어지는 것도 눈에 띕니다. 앞으로는 지자체에 정비구역 입안을 요청할 때에 동의서를 낸 사람은 조합 설립에도 동의하는 것으로 간주됩니다. 쉽게 말해 동의서를 두세 번 내지 않아도 된다는 뜻입니다.”


Q. 조합 집행부를 통해 정기적으로 재건축 진행 소식을 받아보고 있는 주민입니다. 이번 대책에 사업성을 더 높여주는 내용은 없나요?

“이전보다 아파트를 더 지어 분양할 수 있게 돼 사업성이 올라갑니다. 3년간 한시적으로 최대 용적률을 법적 상한의 1.1배까지 높이기로 했거든요. 통상적으로 재건축은 3종 주거지역 내에서 이뤄집니다. 기존 최대 용적률은 법적 상한인 300%였죠. 하지만 앞으로 이 제한선이 330%로 오릅니다.

중요한 점은 해당 내용이 규제지역인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 내 재건축 단지는 제외된다는 점입니다. 발표 이전에 사업계획인가를 신청한 곳도 제외됩니다. 해당 혜택을 받기 위해 모든 재건축 단지가 사업 진행 단계를 무르려고 한다면 촉진책이 아니라 오히려 억제책이 되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9월 중 국회에 발의되는 재건축·재개발 촉진법에 담깁니다.

또 사업시행 인가를 받는 데 필요한 각종 심의가 통합돼 인허가 기간을 줄일 수 있게 됩니다. 재해 영향, 소방 성능 설계, 장애인 시설 협의 등이 포함됩니다.”

Q. 재건축 단지 한 채가 재산 전부인 조합원입니다. 사업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지 못할까 걱정이 많은데 관련 대책은 없을까요?

“앞으로 주택연금을 활용해 정비사업 분담금을 납부할 수 있게 됩니다. 연금한도의 50~70%까지 개별로 인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현재는 교육비, 의료비 등의 이유에서만 제한적으로 이를 허용했습니다. 지난해 10월 주택연금 가입 기준은 공시가 9억 원에서 12억 원 이하로 완화된 것도 참고하면 좋습니다. 공시가 12억 원은 시세로 환산하면 약 17억 원입니다. 올해 12월 한국주택금융공사법 시행령 개정으로 추진된다고 합니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는 그대로 추진합니다. 하지만 이미 발표된 사안이었던 만큼 국회 문턱을 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Q. 공사비 갈등으로 다른 재건축 단지에서 사업이 많이 지연됐다고 들었습니다. 저희 재건축 단지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지지 않게 하는 대책은 없나요?

“앞으로 시공사 입찰에 참여하는 건설사는 마감재 종류, 수준, 비용 등에 대해 상세히 제시해야 합니다. 선정된 이후 증액을 요구했는데 근거가 불분명했다는 지적을 반영했습니다. 또 조합이 건설사와 도급계약을 맺으면 내역 및 사유 등을 지자체에 제출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공사비 증액을 요청받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해당 자료를 한국부동산원의 공사비 검증과 연계해 내실을 높이겠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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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