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플러스 드라마 ‘폭군’
598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마녀’ 시리즈가 드라마로 돌아왔다.
14일 공개된 디즈니플러스 4부작 드라마 ‘폭군’은 인체를 개조해 인간 병기로 만드는 비밀 프로젝트 폭군을 두고 벌어지는 액션 스릴러다. 2018년 1편 318만 명, 2022년 2편 280만 명이 본 영화 ‘마녀’ 시리즈를 연출한 박훈정 감독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데뷔작이다.
신작은 비밀 프로젝트로 인해 인간 병기가 등장한 ‘마녀’와 세계관을 공유한다. ‘마녀’가 가공할 힘을 지닌 여고생 구자윤(김다미)을 앞세운 것처럼 ‘폭군’은 무뚝뚝한 초인 여성 채자경(조윤수)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관객을 사로잡는다. 박 감독은 지난달 15일 제작발표회에서 “‘폭군’은 ‘마녀’ 시리즈의 연장선에 있다. 같은 세계관 속 반대 지점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했다. 다만, 등장인물이 겹치지 않아 전작을 보지 않아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신작은 국가정보원 내 비밀 사조직의 우두머리 최 국장(김선호)이 폭군 샘플을 국정원 본부로부터 빼앗기면서 시작된다. 최 국장은 국정원에서 비리로 퇴출당한 연모용(무진성)을 동원해 샘플을 다시 찾아온다. 이에 국정원으로부터 폭군 프로젝트를 넘겨받기로 한 미국 정보기관의 요원 폴(김강우)이 샘플을 찾아 나선다. 최 국장과 폴을 중심으로 갈등이 벌어지며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한다.
매력은 화려한 볼거리다. 초인적인 힘을 지닌 한국과 미국의 인간 병기들이 콘크리트 벽을 부수고 사람을 날려버리는 장면은 마블코믹스의 히어로물처럼 쾌감을 선사한다. 국정원과 미국 정보기관 요원들이 벌이는 총격 장면도 실감난다.
약 2시간 40분짜리 작품을 4개 회차로 나눈 점도 특징이다. 각 회차의 오프닝과 엔딩에 박진감 넘치는 장면을 넣어 긴장을 놓지 않게 만든다. OTT 특성을 이용해 액션이 중반부 이후에야 나왔던 영화 ‘마녀’와 차별화 한 것. 박 감독은 “영화를 만들던 사람이다 보니 어려움을 겪었다”면서도 “매회 엔딩을 기가 막히게 편집한 것 같다”고 했다.
전직 국정원 요원 ‘임상’ 역을 맡은 배우 차승원의 연기도 눈에 띈다. 임상은 평소 2대 8 가르마에 품이 헐렁한 옷을 입고 다니며 평범한 아저씨처럼 행동한다. 더군다나 느긋한 말투로 실소를 자아내는 농담을 던지곤 한다. 제거해야 할 목표물의 사진을 보고 “잘 생기셨네”라며 너스레를 떨다가도 전투가 벌어지면 곧바로 냉혈한으로 변신한다. 차승원은 14일 기자간담회에서 “배우가 창의적으로 연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연기를 더 창의적으로 만들어주는 누군가가 있어야 빛이 난다”며 “박 감독이 (애드리브 등) 표현할 수 있는 여지를 많이 봐줘 좋았다”고 말했다.
콘텐츠업계에선 신작이 지난해 8월 디즈니플러스에 인기를 몰고 온 ‘무빙’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신작은 14일 공개 직후 OTT 분석 사이트 ‘키노라이츠’에서 디즈니플러스 2위를 차지했다. 다만 높은 폭력 수위는 흥행의 걸림돌이다. 잔인하게 상대를 살해하고, 고문을 서슴지 않는 장면은 일부 시청자에겐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