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을 통한 더 나은 일상/우리들의 공간 복지] 〈5〉 충남 홍성군 ‘잇슈창고’ ‘복합문화창업공간’ 만들어 운영… 식품-소품 등 청년 기업 7개 입주 지역 시민 위한 문화행사도 열려 ‘핫플’ 소문나 3년간 6만 명 찾아… 방문객 몰리며 인구 유입 기대
충남 홍성군의 잇슈창고는 10년 넘게 방치된 창고를 개조해 만든 곳으로 평소에는 방문객들이 차를 마시는 카페로 쓰이다 지역 주민을 위해 공연을 하거나 영화를 상영한다. 홍성=김태영 기자 live@donga.com
“버려진 창고가 일곱 청년의 꿈이 이뤄지는 마법 같은 공간이 됐어요.”
14일 충남 홍성군 광천읍에 있는 잇슈창고에서 만난 전진표 씨(27)가 갓 구워 탱글탱글한 소시지를 먹어보라며 이렇게 말했다. 2022년 4월에 문을 연 잇슈창고는 1974년에 지어져 2000년대 초반까지 쌀 창고로 쓰였다. 그 후 10년 넘게 방치된 건물을 개조해 만든 복합문화창업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올해 4월 잇슈창고에 입주한 전 씨는 홍성에서 키운 돼지로 만든 다양한 소시지를 개발해 생산하고 있다. 그는 “이달(8월) 말에는 매장을 내 홍성을 대표하는 최초의 육가공 브랜드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경기 안산 출신인 그는 잇슈창고 입주와 동시에 주민등록까지 옮겨 진짜 홍성 군민이 됐다. 잇슈창고 지붕 아래에는 전 씨를 포함해 소품, 식품, 찻집 등 다채로운 꿈을 현실로 이뤄가는 만 39세 이하 청년 사장 7명이 모였다.
홍성군은 2020년 10월 행정안전부 인구감소지역 통합지원사업에 공모돼 정부양곡 수매 창고를 사들였다. 10년 넘게 방치된 건물을 12억 원(특별교부세 5억 원, 군 예산 7억 원)을 들여 고치고 늘려 535㎡(약 161평) 넓이로 탈바꿈했다. 대평리 이장 한흥동 씨(77)는 “마을 초입에 허름한 건물이 떡하니 있어 보기 불편했는데, 이제는 마을 복덩이가 됐다”라면서 “창고를 오가는 청춘들에게 유명한 곳을 뜻하는 ‘핫플(핫플레이스)’이라는 새로운 단어도 배웠다”고 했다.
건물은 예전에 썼던 서까래와 벽체를 그대로 살려 세월의 아름다움을 살렸다. 높게 탁 트인 창고 건물의 특성을 살리고 통창을 내 주변 논밭을 시원하게 담았다. 건물은 평소 카페공간으로 쓰이다 공연장이나 영화관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카메라와 인쇄기, 인터넷을 무료로 쓸 수 있는 공유 사무실 3곳을 포함해 반죽기, 오븐, 식기세척기 등 다양한 조리 기구를 갖춘 주방, 카페, 어린이도서관, 수유실, 놀이터가 있다. 청년 창업 지원과 더불어 즐기고 먹고 어울림이 동시에 이뤄져 지역을 대표하는 공간이 됐다.
● 살판 놀판 녹아든 복합문화창업 공간
14일 잇슈창고를 찾은 손님들이 차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홍성=김태영 기자 live@donga.com
생활 소품과 애견 간식을 만드는 청년 대표 2명은 10월 18일부터 21일까지 베트남에서 열리는 라이프 스타일 박람회에도 참가한다. 세금 납부 등 사업체를 꾸릴 때 필요한 각종 행정 교육도 진행된다. 홍성 농산물을 활용해 떡 등을 만드는 방현진 씨(32)는 “딱딱한 사무실 같지 않은 창고 건물 덕분에 출근할 때 늘 새롭다”라며 “같은 청년 창업자들과 교육받고 고민을 나누다 보면 다양한 생각이 떠오른다”고 했다. 특히 올해부터 홍성군이 조례를 바꿔 청년 나이를 만 39세에서 만 49세까지 늘려 잇슈창고 입주 문턱이 낮아졌다.
지역 주민을 위한 문화행사도 꾸준히 열린다. 지역 밴드 공연, 영화제, 벼룩시장 등 올해만 7차례 행사가 이어졌다. 잇슈창고를 담당하는 최수영 충남산학융합원 연구원은 “청년들이 지역에서 일을 하며 가정을 꾸려 즐겁게 살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살판, 놀판을 깔아주는 게 우리 역할”이라고 했다.
● 6만 명 넘게 찾아 생활인구 유입
방문객이 몰리면서 입주한 청년 기업의 매출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잇슈창고가 문을 연 2022년 당시 입주한 7개 기업 총매출액은 3억1000만 원이었는데 이듬해 6억8000만 원으로 2배 이상으로 뛰었다.
홍성=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홍성=김태영 기자 liv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