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장기요양시설 10곳 중 9곳이 허위로 급여를 청구해 받아갔다는 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빅데이터 등으로 부당 청구 가능성이 높은 곳을 골라 조사한 결과이긴 하지만 운영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할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공단은 부당청구탐지시스템을 통해 전국 장기요양기관 2만7474곳 중 2019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5년 7개월동안 부당 청구가 있었을 것으로 의심되는 5988곳을 골라냈다. 그리고 이들을 대상으로 추가 조사를 실시한 결과 5611곳(93.7%)이 부당하게 급여를 청구해 받아간 것으로 확인했다. 부정 수급 적발액은 2365억 원으로 1967억 원이 환수됐으며 나머지 398억 원은 현재 환수 절차가 진행 중이다. 장기요양시기관은 6개월 이상 혼자 일상생활을 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노인에게 간병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이다.
부정 수급 기관은 2022년 1083곳, 지난해 1342곳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부정 수급 금액도 2019년 212억 원에서 지난해 667억 원으로 3배 이상이 됐다. 올해 1~7월에도 676개 기관이 279억 원을 부당 청구해 받아갔다.
공단 직원의 친인척이 기관을 직접 운영하거나 시설장, 사무국장 등으로 근무하는 기관은 280곳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부정 수급 개연성이 높은 63곳을 골라 조사한 결과 4곳을 빼고 모두 급여를 부당 청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당 청구 금액은 약 36억 원으로 이들 기관은 총 1783일간 업무정지 처분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운영자들의 부정 수급을 막을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며 동시에 일부 부당 수급 기준이 현실과 괴리된 부분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인력 충원을 못한 상태에서 정해진 급여를 받으면 부정 수급으로 인정되는 경우도 있어 도덕적 해이 방지 대책과 함께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