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새벽 서울 중구 숭례문 지하보도서 작업 중이던 60대 환경미화원이 흉기에 찔려 살해당했다. 그는 밤이면 인적이 드물어 무서운 험지였던 이 구역을 계속 맡아 왔던 ‘반장 언니’였다. 노숙인이 자고 난 자리도 내 집 청소하듯 쓸고 닦던 그의 황망한 죽음에 동료들은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동료 누군가는 그가 쓰러진 구역을 청소해야 했을 것이다.
▷늦은 밤이나 이른 새벽에 일하는 환경미화원의 작업 환경은 위험천만하다. 숭례문 지하보도 사건이 있은 지 5일 만인 7일에도 충남 천안시 30대 환경미화원이 음주운전 단속을 거부하고 도주하던 차량에 치여 사망했다. 지난달에는 경남 양산시 60대 환경미화원이 운행 중인 재활용품 수거 차량 발판에서 떨어져 사망했다. 어둠 속에서 도로를 쌩쌩 달리는 차들을 피해 작업 속도를 올리다 보니 벌어지는 일이다. 보도나 시설 등을 물걸레질하는 여성 환경미화원들은 보통 혼자 일한다. 범죄에 노출될 우려가 크다. 으슥한 골목을 청소할 때면 겁이 나기 마련이고, 취객의 욕설이나 시비에 시달리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한다.
▷지난해 환경미화원 사상자는 ‘6439명’이다. 전국 환경미화원은 약 4만 명으로 집계되는데 연간 6명 중 1명이 산재를 당하는 셈이다. 2019년(5078명)에 비해 21%가 늘었다. 다른 직종에 비해 유독 산재 발생 비율이 높다. 사고뿐만 아니라 질병에도 시달린다. 일단 혹독한 바깥 날씨를 견뎌야 하고, 무거운 짐을 옮기느라 근골격계 질환을 달고 산다. 먼지를 많이 마시다 보니 폐질환도 흔하다.
▷남들이 잠든 시간에, 남들 눈에 띄지 않게 일하는 환경미화원의 조용한 노동 덕분에 우리는 아침에 깨끗한 거리를 지나 출근을 한다. 공동체를 유지하는 이들의 귀한 노동을 이토록 함부로 써도 되는 것일까. 이웃인 우리의 반성도 필요하다. 종량제 봉투를 넘치게 채워 무겁게 만들고, 깨진 접시 같은 날카로운 물건을 아무렇게나 봉투에 담는 등 사소한 습관이 환경미화원을 크게 다치게 만든다고 한다. 환경미화원 연간 사상자 ‘6439명’. 이 숫자야말로 우리 사회의 진짜 안전 성적표란 생각이 든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