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1
미국 자본의 대중(對中) 첨단산업 투자를 규제하는 정책의 시행이 임박한 가운데 한국 산업계가 우려를 담은 의견서를 미국 정부에 제출했다. 규정이 모호해 미국에 현지 법인을 두고 있거나 미국의 투자를 받은 한국 기업들까지 대중 투자가 막힐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대선을 앞두고 있지만 민주·공화 양당이 대중 규제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어 어느 쪽이 집권하더라도 규제안이 실행될 가능성이 높다.
6월 미국 재무부는 미국인과 미국 기업이 중국의 첨단 반도체·인공지능(AI)·양자 기술 등 첨단산업에 투자하는 것을 전면 금지하는 이행규칙을 입법 예고했고, 연내 확정해 시행할 예정이다. 미국 자본이 대상이지만 지침이 명확하지 않아 한국 기업의 현지 법인 등 미국 투자를 조금이라도 받았다면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
규제안이 현실화되면 당장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사업부를 11조 원에 인수해 미 현지에 설립한 솔리다임이 중국 투자에 발이 묶일 수 있다. 솔리다임의 핵심 사업인 대용량 데이터저장장치에 들어가는 낸드가 중국 공장에서 생산되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와 국내 기업 중심으로 글로벌 양자 기술을 주도하기 위해 설립한 표준화 기구도 중국 투자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 기구에 미국 IBM이 참여하고 있어서다. 미국에서 투자 유치를 받은 AI 벤처기업, 실리콘밸리에 거점을 둔 국내 기업의 벤처캐피털 등도 중국 진출 길이 막힐 수 있다.
미국의 대중 규제와 중국의 반도체 굴기의 ‘창과 방패’ 싸움은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화웨이 등 중국 기업들은 향후 미국의 규제 강화에 대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로 생산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칩을 비축하고 있다. 미중 간 극한 대결의 여파는 양국과 밀접하게 연관된 한국 기업들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 과거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입법 과정에서 초기 대응에 실패했던 사례를 철저하게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