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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타도”까지 나온 광복회 행사… 대통령실 “억지주장 엄정 대응”

입력 | 2024-08-16 03:00:00

[쪼개진 광복절]
‘같은 시간, 다른 장소’ 갈라진 광복절
이종찬 “친일사관에 결기로 맞서야”… 대통령실 “친일 프레임 국민 분열”
野 “독립기념관장 탄핵” 법안 발의





정부 따로, 광복회-野 따로… 사상 초유 쪼개진 광복절 경축식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개최된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만세 삼창을 하고 있다(위쪽 사진). 광복회는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인선에 반발해 경축식을 보이콧하고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따로 행사를 열었다. 이 행사에 참석한 이종찬 광복회장(아래쪽 사진 앞줄 맨 오른쪽)과 야당 의원들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광복절 경축식이 두 동강 나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광복절마저 이념 대립과 정쟁으로 쪼개진 현실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대통령실·여당과 광복회·야당이 광복절인 15일 같은 시간, 서로 다른 장소에서 기념 행사를 열고 서로를 향한 비판을 쏟아냈다. 광복회는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인사에 반발하며 이날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정부의 공식 광복절 경축식 대신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별도로 기념식을 열었고 야당 인사 100여 명이 참석했다. 정부의 광복절 행사에 광복회를 비롯해 범야권이 불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당 출신인 우원식 국회의장은 양쪽 행사에 모두 불참하고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홍범도 장군 귀환 3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광복절마저 이념 대립과 정쟁으로 갈라진 우리 정치의 현주소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부가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제정하려 한다”는 이종찬 광복회장의 주장을 의식한 듯 이날 광복절 경축사에서 상하이 임시정부와 1948년 정부 수립을 모두 언급하면서 “1919년 우리 국민들은 한반도에 국민이 주인인 자유민주 국가를 세우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 광복회 행사서 “윤석열 퇴진하라”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15일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 앞에서 규탄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 임명에 반발하며 정부 주최 광복절 경축식에 불참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이날 광복회가 주최한 행사는 독립운동단체연합에 포함된 37개 단체 등 55개 단체가 함께 주관했다. 민주당 박찬대 당 대표 직무대행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등도 행사장 맨 앞줄에 자리했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이 자리에서 “최근 진실에 대한 왜곡과 친일사관에 물든 저열한 역사인식이 판을 치며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역사인식과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물러설 수 없는 투쟁의 일환으로 광복회원들의 결기를 보여줘야 한다”며 “피로 쓰인 역사를 혀로 논하는 역사로 덮을 수는 없다”고도 했다. 광복회가 뉴라이트 인사로 지목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의 임명 철회 요구를 거부한 대통령실 및 정부와 각을 세우고 비판 공세를 지속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 이 회장은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제정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도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건국절인가”라고 날을 세웠다.

이 회장에 이어 축사를 한 광복회 독립영웅아카데미 김갑년 교수는 윤 대통령을 향해 “친일 편향의 국정 기조를 내려놓으라”며 “그럴 생각이 없다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라”고 했다. 이에 일부 청중들은 “옳소” “맞습니다”라며 호응했고, 일각에서는 “타도 윤석열”이라는 구호도 터져 나왔다.

광복회가 따로 연 기념식에 대통령실은 강하게 반발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있지도 않은 정부의 건국절 추진 계획을 철회하라는 억지 주장에 엄정히 대응하겠다”며 “모든 국민이 광복의 기쁨을 나눠야 할 광복절에 친일 프레임을 덧씌우고 이를 틈타 국민 분열을 꾀하는 정치권의 행태 역시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쪽 광복절’이 됐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대통령실 관계자는 “독립운동과 광복의 주체가 광복회 혼자만이 아니다. 특정 단체가 참석하지 않았다고 해서 일각에서 주장하는 반쪽 행사라는 표현은 잘못됐다고 본다”며 “특정 단체가 인사 불만을 핑계로 해서 빠졌다고 해서 광복절 행사가 훼손된다고 보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 野, 독립기념관장 탄핵법 발의

여야도 반으로 쪼개진 채 설전을 벌였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당 인사 100여 명은 광복회 기념식을 찾았고,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소속 의원들은 윤 대통령 부부와 함께 정부 주최 행사에 참석했다.

박 직무대행은 이날 기념식에 앞서 ‘친일·반민족 윤석열 정권 규탄 성명문’을 발표하고 “우리 역사에 이처럼 파렴치한 친일 매국 정권은 없었다”며 “‘제2의 내선일체(內鮮一體)’가 착착 진행되고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어 “나라를 통째로 일본과 친일 뉴라이트에 넘기려는 음모를 당장 중단하라”고 했다.

민주당 박용갑 의원은 국회가 독립기념관장을 탄핵 소추할 수 있는 내용을 포함시킨 독립기념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국민의힘은 야권의 정부 공식 경축식 불참에 대해 “국민 갈등을 조장하는 ‘친일 몰이’ ‘역사팔이’로 갈등을 조장한다”고 비판했다. 한 대표는 “나라가 갈라지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은 너무 부적절하다”고 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