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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사회 고령화… 30대 3400명 줄때 50세 이상 1만5000명 늘어

입력 | 2024-08-16 03:00:00

최근 10년간 국가공무원 연령대 분석
MZ세대, 로스쿨 진학-기업 이직 많아
“보수-인사 등 근본 체질개선 필요”





공직사회가 늙어가고 있다. 최근 10년 새 50세 이상 국가공무원 수가 1만5000명 넘게 늘어났다. 반면 30대 공무원 수는 같은 기간 3000명 넘게 감소했다. 2022년 이후 50세 이상 공무원 수가 30대를 넘어섰는데,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청년 공무원들의 공직 이탈이 늘면서 공직사회 내 고령화가 빨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젊은층 떠나는 공직사회

15일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인사혁신처로부터 제출받은 ‘행정부 소속 일반직 국가공무원의 연령대별 현원’에 따르면 전체 공무원 수는 2014년 15만3239명에서 지난해 17만5222명으로 2만1983명(14.3%) 증가했다. 같은 기간 50세 이상 공무원은 3만5385명에서 5만438명으로 1만5053명(42.5%) 늘면서 전체 증가분의 68%를 차지했다. 공무원 심모 씨는 “경력단절 여성, 직장 경력자 등이 입사하는 경우가 주변에 적지 않다”고 했다.

반면 30대 공무원은 4만9616명에서 4만6175명으로 3441명(6.9%) 감소했다. 모든 연령대 가운데 유일하게 현원이 줄어들었다. 인사처가 밝힌 올해 9급 공채 지원자 평균 연령이 30.4세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제 막 공직사회에 발을 들여 한창 일해야 할 나이대인 30대 공무원들의 이탈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재직 기간 5년 미만 공무원 퇴사자 수는 2019년 6663명에서 지난해 1만3321명으로 급증했다.

● 5급 사무관도 로스쿨-기업으로

정부 주요 부처에서도 행정고시 출신으로 정통 관료의 길을 걷던 젊은 공무원이 민간 기업이나 법조계 등으로 행로를 바꾸는 흐름이 거세지고 있다. 기획재정부에서는 올해 초 행정고시 출신의 사무관 3명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진학을 위해 공직을 떠났다. 비슷한 시기 금융위원회에서도 20대 사무관 2명과 주무관 1명이 한꺼번에 로스쿨행을 택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도 최근 2년 동안 10명 이상의 과장급 간부가 민간 기업으로 이직한 바 있다. 한 경제 부처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정부의 권한과 역할이 약해진 상황에서 과도한 인사 적체, 민간 기업과의 임금 격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일찌감치 공직을 떠나는 경우가 늘어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정원이 2만1000명에 이르는 국세청에서도 최근 공채 시험의 경쟁률이 크게 떨어지고 젊은 직원의 이탈 속도가 빨라지는 상황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일선 세무서 직원의 경우 민감한 세금 문제를 놓고 민원인과 직접 대면해야 하는 부담이 큰 데다 다른 부처에 비해 느린 승진 속도 등으로 갈수록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

● “공직사회 근본 체질 개선해야”

앞서 정부는 올 3월 MZ세대 공무원들의 이탈을 막겠다며 ‘공무원 업무집중 여건 조성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6급 이하 실무직 공무원 2000명가량의 직급 상향, 지방직 공무원의 승진 소요 최저 연수 축소 등 처우 개선안이 담겼다. 4월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정부가 도입한 온라인·원스톱 대환 대출 인프라의 실무를 담당한 5년 차 사무관을 거명하며 통상 10년 차 이상에게 주어지는 ‘해외 유학’ 기회를 부여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MZ 공무원의 이탈 원인으로 낮은 보수와 경직적 조직 문화, 자아실현이 어려운 환경 등을 꼽으며 단편적인 지원 대책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급변하는 사회 변화를 쫓아가지 못하고 구태의연한 공직사회 분위기가 젊은층에 매력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최근 행정 분야에도 인공지능(AI) 등이 도입되고 있는데 중장년층에 비해 디지털에 익숙한 젊은층이 이탈하게 되면 관련 업무의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