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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옛이야기 자꾸 하면… 젊게 산대요

입력 | 2024-08-17 01:40:00

◇나이 든다는 것에 관하여/베레나 카스트 지음·김현정 옮김/228쪽·1만6000원·을유문화사





나이가 들면 과거의 행복했던 순간을 자꾸만 늘어놓기 쉽다. 자식은 “했던 얘기 또 한다”며 성가신 기색을 내비치고, 부모는 그런 자신의 변화에 스스로도 당혹감을 느낀다.

그러나 책에 따르면 이는 나이가 들어서도 평온과 활기를 지킬 비결이다. 기억 속 보물들을 끊임없이 끄집어냄으로써 걱정과 불행에 압도당하지 않는 것. 심리치료사 겸 베스트셀러 작가인 저자가 72세에 학문적 연구와 경험을 토대로 썼다. 분석심리학의 토대를 만든 스위스 정신의학자 카를 융(1875∼1961)의 이론에 기초했다.

노화에 따른 변화와 다가올 죽음에 익숙해질 것을 7개 장에 걸쳐 꾸준히 강조한다. 자율성과 통제력이 약해지는 것에 대해서는 “받아들여야 한다”고 단호히 다그치며 수용을 넘어선 긍정의 길까지 제시한다. 저자는 “노년기에는 완벽한 모습을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다른 사람들의 비판적인 시선에 더 이상 신경 쓰지 않는다면 자신을 새롭게 알아 갈 기회가 생긴다”고 말한다.

불친절한 이론서에 그치지 않고 현명하게 나이 들기 위한 각종 실천법도 담아냈다. 책은 노년층이 작은 모임을 만들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감정적으로 접촉할 것을 권한다. 우리가 과거에 느꼈던 기쁨을 다시 떠올리면 기분이 좋아지고 다른 사람에게 더 다정해지며, 후회되는 상황에 대해서도 더 이상 괴로워하지 않고 그 자체로 남겨둘 수 있기 때문이다.

주름이 늘고 깜박 잊는 것이 많아진 이들만을 위한 책은 아니다. 보다 안정되고 평온한 일상을 꿈꾸는 청년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다. 크고 작은 난관에 쉴 새 없이 맞닥뜨려야 하는 현실은 나이가 많든 적든 매한가지다. “나이가 들면 여러 측면에서 바닥이 흔들린다. 바닥이 흔들릴 때는 유연해져야 한다” “우리는 도움이 필요하고 도움받을 수 있으며, 누군가 곁에 있는 것에 감사하면 된다”는 말들은 적지 않은 울림을 남긴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