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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백범 김구와 함께한 중국의 항일동지들

입력 | 2024-08-17 01:40:00

◇김구와 난징의 독립운동가들/장위안칭 지음·박지민 옮김/284쪽·2만 원·공명





중국 저장성 자싱의 백범 김구 피난처 2층에는 비밀스러운 공간이 하나 있다. 마룻바닥에 호수로 연결되는 비상 탈출구가 숨겨져 있는 것. 탈출구 아래엔 언제든 호수로 피신할 수 있도록 나무배 한 척이 정박해 있었다. 일본 관헌을 피해 이곳까지 피신한 백범의 고단한 삶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소다. 백범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들과 함께 광복 직전까지 자싱을 거쳐 항저우, 난징, 충칭 등으로 옮겨다니면서 지난한 독립운동을 이어갔다.

중국 근현대 사학자인 저자는 난징 등에서 백범이 여러 중국인들의 도움을 받아 항일운동에 나선 과정을 다루고 있다. 특히 장제스의 국민당 정부와 손잡고 공동 항일투쟁을 벌일 당시를 구체적으로 그렸다. 1933년 백범은 난징에서 장제스를 만나 한인들의 군관학교 입학을 요청해 동의를 얻는다. 이후 뤄양군관학교에서 한인들을 훈련하는 반이 개설됐다.

백범은 국민당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아 1935년 한국국민당을 조직하고 빈사 상태에 빠진 임정을 가까스로 끌고 갈 수 있었다. 1935년 11월 3일 임정 조직 개편 당시 국무위원 7명이 한국국민당 간부로 채워지는 등 이 시기 백범이 임정의 실권을 장악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국민당 간부였던 추푸청(1873∼1948)과 여자 뱃사공 주아이바오 등 백범의 피신을 도우며 끈끈한 인연을 이어간 중국인들의 이야기도 흥미롭게 펼쳐진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