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준 시인이 풀어낸 일상의 말 삶의 아픔도 유쾌한 정서로 승화 ◇마음을 보내려는 마음/박연준 지음/216쪽·1만4000원·창비
말을 다루는 시인인 저자는 이렇게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갈 수 있는 순간들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글로 풀어낸다. 누구에게나 매일 주어지는 ‘새벽’, 마음을 보내는 ‘편지’, 혹은 ‘불면’과 ‘숙면’ 등의 단어를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인상 깊은 것은 아버지에 관한 기억이나 반려 고양이인 ‘당주’, 젊은 시절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의 일화 등 시인의 개인적 이야기들이다. 당주의 행동을 자세히 관찰하며 자신의 마음을 투영하다가도, 동물들이 말을 해서 불만을 늘어놓기 시작하는 엉뚱한 상상에 빠지기도 한다. 고양이가 “나는 왜 맨날 싸구려 사료를 먹어야 하지?” “돈을 더 많이 버는 일을 하라”라고 한다거나 산책을 못 한 개가 “우울증에 걸릴 것 같다”고 투덜대며 인간과의 불화가 펼쳐지지 않을까 하는 상상이다.
책 속 글들은 ‘다락방에서 생각하기’라는 제목으로 온라인에 먼저 연재가 됐다. 세상과 떨어진 채 아늑한 장소에 있다고 상상하며 써 내려간 글들로, 바쁘고 혼란한 일상에 잠시 멈추고 마음을 돌볼 계기를 마련해준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