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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 3m’ 무태상어 등장에 제주 해녀도 불안감

입력 | 2024-08-17 01:40:00

[위클리 리포트] 더워진 바다에 위험 어종 급증
제주 바다에 출몰 잦아진 식인 상어… 수온 상승-해상풍력 등 생태계 변화
최근 서귀포 등에서 목격-포획 늘어… 제주도 “어장관리선에 전기충격기 설치”



올 6월 제주 서귀포시 하효항 인근 해상에서 낚시어선이 포획한 무태상어. 제주지방해양경찰청 제공



남방큰돌고래가 떼를 지어 헤엄치고 해녀가 물속에서 전복을 따는 제주 바다에 식인 상어 출몰이 잦아졌다. 8월 현재 이미 지난해 신고 건수를 훌쩍 넘었다. 온난화로 인한 해양 생태계 변화 등의 영향으로 보인다.

15일 제주지방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올 6월 3일 낮 12시경 서귀포시 하효동 하효항 남동쪽 3km 해상에서 길이 2.2m의 무태상어가 낚시어선에 잡혔다. 닷새 뒤인 같은 달 8일 낮 12시경에도 비슷한 장소에서 길이 2.8m의 무태상어가 또 잡혔다. 무태상어는 주로 온대·아열대 해역에 서식하며 최대 3m까지 자란다. 백상아리, 뱀상어 등과 함께 사람을 공격하는 대표적인 ‘포악 상어’ 중 하나로 꼽힌다.

이달 11일 오후 5시경에도 서귀포시 성산읍 광치기해변 인근에서 스쿠버다이빙 중 상어를 발견했다는 신고가 해경에 접수됐다. 출몰한 상어의 종류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크기가 2∼2.5m로 추정된다.

과거 상어는 수심이 깊은 제주 먼바다에서 주로 나타났다. 하지만 최근에는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고 경쟁 관계에 있는 남방큰돌고래의 서식지까지 축소되면서 상어들의 연안 출몰이 잦아졌다. 실제 제주해경에 접수된 상어 관련 신고(포획, 사체 발견, 출몰)는 2020년과 2021년 각각 0건이었지만, 2022년 1건, 지난해 4건으로 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이달 15일 기준으로 총 7건의 신고가 접수돼 작년 수치를 일찌감치 뛰어넘었다.

김병엽 제주대 해양과학대학 교수는 “기후 변화로 인한 수온 상승으로 상어의 먹이가 되는 생물들이 연안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상어 역시 먹이를 따라 자연스레 연안 인근으로 서식지를 옮기고 있다”고 했다. 남방큰돌고래에 대해서는 “과거에는 남방큰돌고래가 무리를 지어 제주 섬 곳곳을 돌아다니며 상어의 접근을 막았다. 일종의 보호막 역할을 한 것”이라며 “그러나 해상풍력발전 등으로 해양 생태계가 급변하면서 서식지가 제주 서부 해안으로 축소됐고, 그 빈자리를 상어가 노리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제주 해녀의 안전도 우려되고 있다. 이번에 무태상어가 잇달아 발견된 하효 앞바다는 해조류와 해산물이 풍부해 해녀들 사이에서도 ‘황금어장’으로 불린다. 김 교수는 “상어를 만났을 때 물장구를 심하게 치면 오히려 자극을 줘 위험할 수 있다”며 “발견 직후 움직임을 최소화하며 물 밖으로 피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우려가 커지자 제주도는 지난해부터 도내 103개 어촌계 가운데 하효, 하모, 법환 어촌계 소속 어장관리선에 상어 퇴치 목적의 전기충격기를 설치해 가동하는 시범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어장관리선은 조업하는 해녀들을 따라다니며 사고에 대비하는 선박이다.



송은범 기자 seb1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