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개의 별을 노래하자. 꼭 한 개의 별을
십이성좌 그 숱한 별을 어찌나 노래하겠니
꼭 한 개의 별! 아침 날 때 보고 저녁 들 때도 보는 별
우리들과 아-주 친하고 그중 빛나는 별을 노래하자
아름다운 미래를 꾸며 볼 동방의 큰 별을 가지자
한 개의 별을 가지는 건 한 개의 지구를 갖는 것
아롱진 설움밖에 잃을 것도 없는 낡은 이 땅에서
한 개의 새로운 지구를 차지할 오는 날의 기쁜 노래를
목 안에 핏대를 올려가며 마음껏 불러보자
(하략)
―이육사(1904∼1944)
이 시는 1936년 12월에 발간된 ‘풍림’ 창간호에 실려 있다. 이 잡지는 독자들에게 일종의 방풍림이 되고 싶다는 의미에서 ‘풍림’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창간호니만큼 젊은 문인들이 뜻과 의지를 모았을 것이다. 그 가운데 이육사의 시가 들어 있다.
이육사 시인이 등단한 것이 1933년이었다. 이후 5년 정도 이육사는 문인으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두루 친구가 많았고 누구나 좋아하던 이라고 했다. 그는 뜻을 세우고 지킬 줄 알았던 지사였다. 이 시만 봐도 알 수 있다. 높은 기상과 흔들림 없는 눈빛에 우리의 가슴마저 두근거린다.
그러나 저 시대가 쉬웠겠는가. 어림없는 소리다. 이 시가 나온 지 딱 1년이 지나 ‘자오선’에는 ‘노정기’라는 작품이 발표된다. 거기에는 ‘쫓기는 마음 지친 몸’이 등장한다. 남십자성이 비춰주지도 않아 목숨이 마치 깨어진 뱃조각 같다고 씌어 있다. 그러니 잊어서는 안 된다. 육사는 영웅이기 전에 몸과 마음이 있는 한 사람이었다. 고단하고 고통스러웠던 사람이었다. 사람이 지켜준 곳에 우리 사람들이 살고 있다.
나민애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