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16일 발표한 경제동향 8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견조한 수출·제조업 호조세에 설비투자 중심의 완만한 내수 회복 조짐을 보이며 경기 회복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고 했다. ‘완만한’이라는 표현을 넣긴 했지만 5월부터 언급한 ‘내수 회복 조짐’에 대한 판단을 넉 달째 이어간 것이다.
국내외 기관들이 내수 부진을 이유로 우리 경제에 대한 눈높이를 속속 낮추고 있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안이한 경기 진단이 아닐 수 없다. 최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등 내수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며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5%로 낮췄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2%대 중후반이던 전망치를 최저 2.3% 수준으로 줄줄이 하향 조정했다.
정부는 내수 회복 조짐의 근거로 방한 관광객의 증가, 실질임금 상승, 소비자심리지수 개선 등을 내세우지만 최근 발표된 각종 지표들이 부진을 가리키고 있어 온도 차가 크다. 2분기 소매판매는 2.9%나 줄며 역대 최장인 9개 분기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설비투자는 7개월째 하강 국면이다. 건설업을 중심으로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가 크게 늘고 있어 고용시장 분위기도 심상찮다.
물가에 대해서도 정부는 ‘전반적 안정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지만 기록적인 폭우·폭염으로 농산물 가격이 들썩이고 있어 추석 물가가 벌써부터 걱정이다. 현실과 괴리된 장밋빛 낙관론으로는 정확한 위기 진단도, 이에 맞춘 정교한 대책 수립도 힘들다. 미국발 경기 침체와 중동 확전 등의 외부 충격이 현실화할 경우 내수 회복 조짐의 싹마저 꺾일 수 있다. 지금은 섣부른 낙관론보다 안전띠를 더 단단히 조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