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떠있다” 신고… 경찰 수사나서 “병원밖 출산후 유기 가능성” 제기 “영아-미혼모 보호제도 곳곳 구멍 은둔 임산부 선제지원 시급” 지적
세종시의 한 저수지에서 탯줄이 붙어 있는 영아(嬰兒) 시신이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살인과 사체 유기 등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 중이다. 아기를 낳은 뒤 버리는 등의 사건을 예방하기 위해 지난달 19일부터 정부는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를 시행했지만, 관련 사건이 이어지면서 제도에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저수지에서 영아 시신… 범죄 가능성 수사
● 출생통보제 등 시행에도 역부족
출생통보제는 의료기관이 아기의 출생 사실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제출하고, 다시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통보받도록 의무화했다. 보호출산제는 임신, 출산을 원치 않는 여성이 익명으로 진료를 받고 출산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하지만 제도 시행 전후로 여전히 관련 사건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3일 충북 충주시에서는 자신이 낳은 아기를 살해한 20대 미혼모가 경찰에 구속됐다. 그는 충주의 한 아파트에서 출산한 뒤 아이가 울자 얼굴을 발로 눌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 “위기 임산부 먼저 찾아내 지원해야”
전문가들은 현 제도에 구멍이 많다고 지적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보호출산제는 집이나 숙박업소 등 병원 밖에서 출산하는 위기 임산부에 대해서는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병원이나 지자체가 선제적으로 이들을 발견할 수 있는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숨어 있는 위기 임산부들을 정부나 지자체가 먼저 찾아내 선제적으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장은 “제도 시행 뒤 한 달이 넘었지만 아직도 보호출산제를 잘 몰라 협회에 문의하는 사람이 많다”며 “보건복지부가 1308 상담전화 등을 통해 임산부들이 어떻게 보호출산제를 이용할 수 있는지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했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미혼모나 어린 산모들이 임신했을 때 아이를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며 “아직은 그런 사회적 지원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환경이 만들어져야 영아 살해나 유기 같은 극단적 선택을 피할 확률도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세종=김태영 기자 live@donga.com
임재혁 기자 he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