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 작가 신작 소설집 ‘여기서 울지 마세요’
김홍 작가.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김홍(38)의 신작 소설집 ‘여기서 울지 마세요’(문학동네) 속 인물들은 변신의 귀재다. 야구공, 불상(佛像), 갤럭시폰 등 하나같이 인간이 아닌 것들로 몸을 바꾼다. 영상화를 하더라도 책을 읽으며 상상한 것들을 넘어서기는 어려울 듯하다. 16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김홍은 “영상으로 표현이 안 되는 상상을 보여주는 것, 그게 요즘 시대 소설이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작의 표제작 ‘여기서 울지 마세요’는 성격유형지표(MBTI) ESFP로 에너지가 넘치는 빵집 알바생 산해 씨가 빛이 되는 판타지다. 산해 씨는 밝게 일하는 만큼 급여를 인상해주겠다는 빵집 주인의 말을 철석같이 믿는다. 그의 밝음은 조도를 측정하는 단위인 ‘럭스(lux)’로 수치화된다. 3000럭스로 시작한 그의 밝기가 2만5000럭스를 돌파하자 주인은 약속을 지키는 대신 그를 해고한다. 그런데 그의 엄청난 광원을 미국 핵융합 연구소가 탐낸다.
기상천외한 설정에 쿡쿡 웃다가도 돌연 씁쓸한 마음이 찾아온다. 항상 밝은 표정을 지어야하는 감정노동의 무게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 “모든 소설에 슬픔 한 스푼을 넣으려고 한다”는 작가의 말마따나 코미디로 위장한 소설 곳곳엔 현실에 대한 뼈아픈 풍자가 숨어있다. 제목이 ‘여기서 울지 마세요’길래 등 두드려주는 힐링물인 줄 알았는데, 반전이 있는 블랙코미디다.
김홍 작가.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이런 엉뚱한 발상은 어디서 나올까. 그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수시로 휴대폰 앱에 메모를 한다. 그리고 일견 상관없는 이야기들을 이어붙여 새로운 서사를 만든다. 그는 “별이 따로따로 떨어져 있는 것 같지만 의미를 부여하면 사슴도 되고 곰도 되듯, 별을 최대한 많이 띄워놨다가 별자리로 만드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상상력의 끝은 어디일까. 급기야 소설에선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국민을 상대로 사기를 쳐서 한국에서 프로야구가 사라져버렸다는 이야기로까지 나아간다. ‘어디까지 가나 보자’ 하고 읽게 만드는 힘이 있다. 차기작 역시 사물로 변해버린 인간을 그린 이야기라고. “소설 안에서 허용되는 이야기의 최대 경계까지, 끝까지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