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영국 연구팀 성분 분석 결과 거대 돌기둥 받치고 있는 제단석 오르카디안 분지의 사암과 비슷 신석기 시대 운송 기술 밝힐 증거
영국 남서부 솔즈베리 평원에 있는 ‘스톤헨지’ 유적. 픽사베이 제공
영국 남서부 솔즈베리 평원에 있는 거대 돌기둥 ‘스톤헨지’의 유적 일부가 무려 750km 떨어진 스코틀랜드에 있던 돌이란 연구 결과가 나왔다. 5000여 년 전 신석기 시대에 거석(巨石)을 수백 km 이동시킬 수 있는 사회적 기반과 기술이 갖춰져 있었다는 간접적인 증거가 나온 셈이다.
호주 커틴대와 영국 애버리스트위스대 연구팀은 15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스톤헨지 중심부의 제단석이 스코틀랜드 북동부 오르카디안 분지의 구적색 사암과 매우 유사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스톤헨지의 구조를 보면 세로로 세워져 있는 높이 8m, 무게 9t가량의 돌 수십 개와 이를 받치는 가로석으로 구성돼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이 건축물은 예배, 의식을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지만 아직까지 누가 왜 어떻게 만들었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크기가 큰 사르센은 2020년에서야 영국 잉글리시 헤리티지 재단과 셰필드대 고고학자들에 의해 유래가 밝혀졌다. 연구진이 사르센 사암 조각을 X레이 분광법으로 분석한 결과 스톤헨지 유적에서 약 25km 떨어진 말버러 다운스의 웨스트우즈 지역에서 왔다는 것이 확인됐다. 당시 연구진은 “블루스톤에 비해 크기가 큰 사르센이 블루스톤만큼 멀리서 이동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가능한 한 가까운 곳에서 이를 구했다”고 설명했다.
스톤헨지 유적 중 거대한 돌들을 받치고 있는 제단석의 모습. 애버리스트위스대 제공
오르카디안 분지에서 스톤헨지 유적까지의 거리는 무려 750km. 당초 과학자들의 예상보다 훨씬 먼 거리다. 그간 많은 연구자들은 제단석도 블루스톤이 유래한 프레슬리 언덕에서 온 것이라고 예상했다. 호주와 영국의 공동 연구팀 역시 프레슬리 언덕 근처를 중심으로 연대 분석을 실시했지만 제단석과 일치하지 않았다. 결국 연구진은 분석 범위를 넓혀 스코틀랜드 북부까지 조사하다가 이번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공동 연구팀은 “5000여 년 전인 신석기 시대에 750km 거리를 운송할 만한 높은 수준의 사회 조직과 운송 수단이 존재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먼 거리를 어떻게 이동했느냐는 아직 미스터리다. 공동 연구팀은 스코틀랜드의 험한 지형을 고려했을 때 육로보다는 수로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하지만 ‘어떻게 스톤헨지를 만들었는가’라는 책을 쓰기도 한 고고학자 마이크 피츠는 “그렇게 중요한 화물(제단석)을 수로로 이동시켰을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을 보였다. 공동 연구팀은 향후 추가 연구를 통해 더 정확한 유래 위치와 이동 경로 등을 조사 분석할 계획이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