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기업 2분기 영업익 20조 증가 삼성-SK 영업익 증가분이 90% 넘어 기업 60%는 지불능력 되레 악화 “내수경제 활성화 위한 대책 필요”
국내 100대 기업의 올해 2분기(4∼6월)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개선됐지만 반도체를 제외하면 전반적인 재무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진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와 경기 둔화 속에 기업의 지불 능력 등이 악화된 것이다.
● 100대 기업 영익 81% 급등
반면 배터리, 철강, 항공 부문 주요 기업 영업이익 규모는 오히려 줄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탓에 LG에너지솔루션(―57.5%), 삼성SDI(―37.8%)는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대폭 줄었고 SK온은 적자 폭이 커졌다. 배터리 소재 업체 에코프로, 엘앤에프는 올해 1, 2분기 적자를 내고 있다.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시달리는 포스코홀딩스(―43.3%), 현대제철(―78.9%) 등 철강업체, 고유가·고환율로 수익성이 나빠진 아시아나항공(―88.1%), 대한항공(―7.1%) 등 항공업계도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하락했다.
● 60%가 지불능력 악화
100대 기업 중 부채비율이 증가한 기업도 56곳으로 나타났다. 부채를 자본으로 나눈 부채비율은 보통 100∼200%가 안정적인 수준으로 여겨진다.
아시아나항공은 100대 기업 중 부채비율이 가장 높고 증가 폭도 가장 컸다. 지난해 말 1506.3%였던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올 6월 2625.5%까지 치솟았다. 신사업 투자로 부채비율이 높아지기도 했다. 액화석유가스(LPG) 공급업체 E1은 올 상반기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를 운영하는 평택에너지서비스 지분을 인수하는 등 LNG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 영향으로 부채비율이 6개월 만에 170.7%에서 529.8%로 늘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은 반도체 비중이 커 반도체 수출이 늘면 전체 경기도 좋아 보이는 ‘착시 효과’가 있다”며 “미국 실업률이 높아 경기 침체 우려가 나오고 중국 경기 정상화가 이뤄지지 못한 상황인 만큼 내수경기 활성화를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