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다음이고 지금은 지금.”
―영화 ‘퍼펙트 데이즈’ 중
황정민 KBS 아나운서
주인공 히라야마의 과거는 불투명하다. 영화는 그의 젊은 날을 명확하게 드러내지 않는다. 불안과 공포에 가득 찬 꿈을 통해 막연히 무언가를 그려낼 뿐 청년 히라야마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친절하게 설명해 주지 않는다.
나도 아버지의 과거에 대해서는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다. 6·25전쟁 때 평양에서 내려왔고 혼자 공부하고 생활하느라 큰 고생을 했던 아버지, 집에 쌀이 떨어지자 새엄마는 어린 아빠에게 집을 나가달라 했다고 한다. 사람은 받은 만큼 베푼다고들 하지만 아버지는 받아 본 적도 없는 사랑을 베풀며 가족을 가장 소중히 여겼다. “정민아, 일등을 하려면 얼마나 힘드니. 누군가 뒤쫓는 사람들이 있어서 늘 긴장해야 하잖아. 인생은 일등 하려고 사는 게 아니라 즐기려고 사는 거야.”
이제는 더 이상 이것까지만 해내고 나면 행복해질 수 있다는 허황된 꿈을 꾸지 않는다. 다음은 다음이고 지금은 지금이다.
황정민 KBS 아나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