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신임 당 대표가 1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1차 전국당원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뒤 당기를 흔들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어제 전당대회에서 다시 당 대표에 올랐다. 민주당계 정당에서 대표 연임은 여당 총재를 겸직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 이래 24년 만이다. 이 대표는 최종 득표율 85.40%를 얻어 김두관 후보(12.12%)를 압도적인 표차로 꺾었다. 2022년 전당대회에서 자신이 기록한 역대 민주당계 정당 경선 사상 최고 득표율(77.7%)을 경신한 것이다. 최고위원에는 김민석 전현희 김병주 한준호 이언주 의원 등 친명(친이재명)계가 포진했다.
이 대표의 압도적 득표율이 말해주듯 이번 대표 경선은 민주당 안에 과연 이 대표 비토 세력이 얼마나 있는지 알아보는 선거였다고 해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전당대회는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구대명’(90% 지지율 대표는 이재명) 기류 속에 반전 없는 뻔한 결말로 끝났다. 지난 총선에서 비명(비이재명)계의 대거 공천 탈락으로 드러난 ‘이재명의 힘’을 다시 확인하는 통과의례였을 뿐이다. 과거의 총재, 제왕적 당 대표 시절보다 심한 ‘이재명 일극 체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최고위원 경선은 ‘친명 마케팅’ 경연장이었다. 최고위원 후보들은 너도나도 낯 뜨거운 ‘명비어천가’를 부르는가 하면 이 대표 지지 세력의 비위를 맞추려는 듯 강경한 대여 투쟁을 외쳤다. 선거 초반 고전하던 후보가 이 대표의 지원 아래 1위로 올라서고, 당선이 유력하던 후보가 이른바 ‘명팔이 척결’을 외친 뒤 역풍을 맞아 탈락하는가 하면, 당선권 밖에 있던 후보가 극단적인 막말을 한 뒤 순위가 급등하면서 당선되기도 했다. 그러니 전당대회가 ‘개딸들의 놀이터’가 됐다는 자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 대표는 “민주당을 확실한 수권정당으로, 유능한 민생정당으로, 듬직한 국민정당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국회 권력을 쥔 거대 야당의 수장으로서 내부 목소리마저 평정한 이 대표다. 이제 수권 능력을 보여줘야 하는 새로운 시험대에 섰다. 그간 강성 지지층의 결집이 그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면 이제부턴 외연을 어떻게 넓힐지가 관건이다. 목소리 큰 지지층보다 다수 국민의 낮은 목소리, 민심의 절박한 한숨 소리에 먼저 귀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 투쟁이 아닌 민생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지지층을 설득할 단단한 힘도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