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백 6개월] 경증환자가 전체 환자 43% 차지 시행규칙 개정 등 시간 걸려 한계
서울의 한 병원 응급의료센터에서 환자와 의료진이 오가고 있다. 2024.6.18/뉴스1
대형병원 응급실이 의료진 부족으로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응급실을 찾는 경증환자는 다시 늘고 있다. 응급진료체계 유지를 위해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하던 정부는 뒤늦게 “경증환자가 응급실을 찾으면 본인 부담금을 인상하겠다”며 수요 관리 대책을 발표했지만 시행규칙 개정 절차에 시간이 걸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응급의료 현장에는 당장 도움이 안 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올 2∼7월 응급진료체계 유지 지원 및 경증환자 회송 지원 사업에 건보 재정 636억 원을 투입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응급진료 전문의 진찰료 수가를 100% 인상하는 등 진찰료 가산에 487억 원을 집행했다. 또 76억 원을 투입해 상급종합병원이 경증환자를 1, 2차 병원으로 보낼 경우 회송료 수가를 기존 30%에서 50%로 인상했다.
하지만 최근 경증환자의 응급실 이용은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 평일(5∼9일) 응급실 내원 환자 수는 1만9347명으로 의료공백 사태 직전인 2월 첫째 주 평일(1만7892명)을 뛰어넘었다. 특히 중등증(중증과 경증 사이) 환자는 2월 첫째 주 8138명에서 이달 둘째 주 9503명으로, 경증환자는 같은 기간 8285명에서 8400명으로 늘었다. 경증환자가 전체 응급실 내원 환자의 43%를 차지하는 것이다. 이경원 대한응급의학회 공보이사는 “경증환자 증가는 회송료 지원과 같은 정부의 초기 정책이 응급의료 현장에 큰 도움이 안 됐다는 증거”라고 했다.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