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확률-고분양가에 통장 해지 2022년 11월이후 20개월 연속 줄어 서울 분양가 6년5개월만에 2배로
직장인 김모 씨(38)는 올해 4월 준공 20년이 넘은 서울 아파트의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자신의 청약통장 가점으로는 서울에서 분양받을 확률이 너무 낮아 구축을 선택한 것. 1주택자가 되고 나니 당첨은 더 힘들어졌다는 판단에 주택청약종합저축도 최근 해지했다. 김 씨는 “청약통장에 있는 돈은 다음 달 잔금에 보탤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택청약종합저축 1순위 가입자가 1년 만에 47만 명이나 줄어들었다. 서울을 중심으로 청약 경쟁률과 분양가가 급등하면서 청약신청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서다.
1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국 주택청약종합저축 1순위 가입자는 1668만2779명으로 집계됐다. 전월(1673만5611명)보다 5만2832명 감소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46만7423명이나 줄어든 수치다. 1순위 가입자는 2022년 11월(1760만4331명) 정점을 찍은 뒤 1년 8개월 연속으로 줄고 있다.
1순위와 2순위 가입자를 더한 전체 가입자는 지난달 2548만9863명으로, 전월보다 1만6526명 감소했다. 지난달 2순위 가입자가 전월보다 소폭 늘면서 전체 가입자는 1순위 가입자에 비해 덜 줄어들었다.
청약통장 가입자가 줄어든 원인은 지역별로 차이가 있다. 서울 등 청약 경쟁이 치열한 지역에선 당첨 가능성이 워낙 낮다는 게 첫째 이유다. 이달 분양한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펜타스’는 당첨자 중 청약가점 만점자가 3명이나 나왔다. 자신의 가점이 어차피 당첨과 거리가 먼 수준이라면 적금통장으로 갈아타 이자라도 챙기려 한다는 것이다.
고분양가도 청약통장 해지 사례가 늘어난 요인으로 꼽힌다. 만에 하나 당첨이 되더라도 분양가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비싸졌기 때문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집계한 지난달 서울 민간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4401만7000원이었다. 2018년 2월(2192만1000원)과 비교하면 6년 5개월 만에 2배로 뛰었다.
반면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지방에선 청약통장을 사용해 분양을 받기보다는 미분양 주택을 할인된 가격에 사는 게 낫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서울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선 청약통장 없이도 살 수 있는 매물이 쌓여 있다”며 “청약통장을 해지해 기존 주택 구입 자금으로 쓰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